"1960년대 만든 서구중심적 선진국 담론 해체해야"

입력 2018-04-19 11:05
"1960년대 만든 서구중심적 선진국 담론 해체해야"

신간 '선진국의 탄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앞서 가는 국가'를 뜻하는 선진국(先進國)은 한국이 지향하는 목표다. 정치권과 언론은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으레 선진국을 비교대상으로 삼는다.

사회학자인 김종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HK연구교수는 신간 '선진국의 탄생'에서 국내에 형성된 선진국 담론을 분석하고, 이를 해체하자고 주장한다.

저자는 선진국 담론을 서구는 이상적 선진국, 비서구는 선진국 주변에 있는 후진국이라는 틀로 요약한다. 서양이 동양을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선진국 담론 기원이 1960년대라고 본다. 조국 근대화를 기치로 내건 박정희 정권이 발전 열망을 '선진국' 개념에 투사했다는 것이다. 앞서 이승만 정부는 서구를 모범으로 하는 산업화가 아니라 나라별 상황에 맞는 발전을 추구했다는 것이 저자 생각이다.

1960년대 선진국 담론이 퍼졌다는 사실은 언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간지 기사를 분석한 결과, 1950년대 13차례 나왔던 단어 '선진'은 1960년대 51회로 늘었다. '개발도상'도 1950년대 2회에서 1960년대 66회로 급증했다.

저자는 경제발전을 사명으로 여긴 선진국 담론에 매우 부정적이다. 젊은이 사이에서 회자하는 '헬조선'이라는 말도 선진국 담론에 뿌리를 둔다고 분석한다.

그는 "선진국 담론 인식 틀은 박정희 정부 시기의 역사·사회적 구성물"이라며 "한국에서 선진국 담론 인식 틀이 당연시된다는 것은 아직 박정희 시대 인식 틀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선진국 담론에서 각 국가는 이미지로 재현되고, 선진국이나 후진국으로 규정되는 순간부터 정체성을 잃고 만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21세기에 중시돼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저자는 지속가능성, 삶의 질, 연대, 다양성, 평등성을 제시한다.

"한국 사회가 선진국에 집착할수록 발전주의자의 입지는 강화된다. 그러면 국가·기업 논리는 강해지지만 사람 논리는 주변화되기 쉽다. 국가와 자본 논리에 침윤된 냉혹한 나라가 아니라 각자가 행복한 선진국이 돼야 한다."

돌베개. 330쪽. 1만7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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