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대산호초 복원불가? 폭염 탓 절반이 죽었다
기후변화 재앙…재작년 30%·작년 20% 백화
"생존한 산호초 회복시키려면 온실가스 잡아야"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세계자연유산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대산호초)가 폭염 때문에 급격히 백화(폐사)해 복원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RC 대산호초연구센터의 테리 휴스 제임스쿡 대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산호초가 열에 노출된 정도와 이로 인한 백화현상, 궁극적 소멸의 연관성을 조사한 논문을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했다.
논문에 따르면 2016년 한 해에만 대산호초의 무려 30%가 죽었다.
휴스 교수는 이듬해 또다른 폭염이 찾아왔을 때에도 대략 20%가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대산호초 일대에서 기록된 산호 소멸의 범위와 그 심각성 때문에 연구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논문은 대산호초의 이 같은 변화를 전례 없고 급격하며 재앙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휴스 교수는 2016년 해양 폭염이 산호초의 5∼10%를 소멸시킨 과거 백화현상 사건 때보다 훨씬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6년 3∼11월 9개월 동안 대산호초에서 평균 30%의 산호초를 잃었다"며 "폭염으로 인해 산호초가 백화돼도 온도가 떨어지면 천천히 색깔을 되찾고 살아남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죽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대산호초 북부의 물이 얕은 서식지에서는 산호 절반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산호가 하얀 골격을 드러내는 백화현상은 산호에 색상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작은 조류(藻類·algae)가 열 때문에 떠나거나 죽을 때 나타난다.
조류가 돌아오지 않으면 산호는 회복될 수 없으며, 산호가 죽은 지역에서 새 산호들이 성장하려면 최소 10~15년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길이가 2천300㎞에 이르는 대산호초를 따라 폭염이 산호에 영향을 미친 위치를 파악했으며, 산호초가 소멸된 지역은 폭염이 가장 심각했던 곳과 깊은 연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산호초를 이루는 3천863개의 암초 중 29%가 3분의 2 혹은 그 이상의 산호초를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산호초의 소멸 속도에도 깜짝 놀랐다.
폭염이 정점에 달한 2016년 3월 대산호초 북부에서는 수백만 개의 산호초가 불과 2∼3주 만에 죽었다.
열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은 산호초 종류별로 제각각이었다.
석산호 같은 경우 재앙적인 죽음을 맞이했지만 다른 종류의 산호초는 더 끈질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 보고서의 공동 집필자인 앤드루 베어드 교수는 "성숙하고 다양한 산호초 집단이 강인한 종 일부만 남으며 더 퇴화한 체계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살아남은 산호초의 회복을 도우면서 보호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호주 대산호초의 백화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밀접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휴스 교수는 "아직도 산호초 수십억개가 살아있고 이들은 이미 죽은 개체들보다 평균적으로 강하다"며 "생존자들이 회복하도록 도와 반이 찬 잔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대산호초가 기후변화 때문에 위협을 받는 것은 확실하지만 우리가 매우 빨리 온실가스 배출에 대처한다면 운명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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