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모녀' 여동생 "언니 사망 알았지만 무서워 신고 안해"

입력 2018-04-19 09:10
수정 2018-04-19 11:05
'증평 모녀' 여동생 "언니 사망 알았지만 무서워 신고 안해"



저당 잡힌 언니 차 처분하고 해외도피했다 18일 귀국해 경찰에 체포돼



(괴산=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숨진 충북 증평군 A(41·여)씨의 저당 잡힌 SUV 차량을 처분하고 해외로 도피했던 여동생 B(36)씨는 언니와 조카가 숨진 것을 알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저당 잡힌 언니 차를 팔자마자 출국한 B씨로부터 "언니가 숨진 것을 알았지만, 겁이 나서 신고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를 확보했다.

A씨 모녀 사망 사건과 A·B씨에 대한 사기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괴산경찰서는 수사팀이 카카오톡을 통해 해외에 머물던 여동생 B씨의 입국을 종용하던 중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A씨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지난 6일 이후 최근까지 여동생 B씨와 12차례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여동생으로부터 이런 문자 메시지를 받은 것은 맞지만, 사실 여부는 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카카오톡을 통해 지난 11일 자진 출석하겠다고 밝혔다가 출석하지 않은 B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지난 18일 오후 8시 45분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B씨를 체포, 압송했다.



B씨는 지난 1월 2일 서울의 한 구청에서 언니의 인감증명서를 대리 발급받았고 언니의 도장, 차량 등록증 등 매매서류를 갖춰 중고차 매매상 C씨를 만나 저당권이 설정된 언니의 SUV 차량을 1천350만원에 판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 차는 캐피탈 회사가 1천200만원의 저당권을 설정해 놓은 상태였다.

B씨는 차를 판 다음 날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

B씨는 차를 팔 때 언니의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경찰은 또 여동생 B씨가 지난해 12월 중순께부터 언니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숨진 A씨의 지인이 지난해 12월 17일 A씨에게 전화했더니 여동생이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B씨가 지난 1월 1일 마카오에서 입국하고 다음 날 C씨에게 언니 차를 판 뒤 이튿날 출국한 점으로 미뤄 치밀하게 사기행각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B씨를 상대로 차량 매각 경위와 A씨 통장에 입금된 차량 매각 대금을 인출해 사용했는지, 언니가 숨진 뒤 차량을 팔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천공항에서 체포된 B씨가 청주 청원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되는 동안 말을 하지 않아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B씨가 계속 입을 열지 않을 경우 긴급체포하거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A씨 모녀는 지난 6일 오후 자신의 아파트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관리비 등을 계속 연체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관리사무소의 신고로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와 A씨 유서에 대한 필적 감정 결과,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모녀가 생활고 등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사실상 결론지었다.

y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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