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 세계의 시선 집중된 이름 없던 주막 '판문점'

입력 2018-04-19 13:22
수정 2018-04-19 16:06
[르포] 전 세계의 시선 집중된 이름 없던 주막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장 '평화의 집'은 리모델링 중…회담장은 2층에 설치

옛 지명 널문리에서 판문점 명칭 유래…이름 없던 주막에 '판문점' 간판 걸어

T1·T2·T3 회담장 사이 통로 2곳 중 하나로 김정은 위원장 넘어올 듯



(판문점=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역사적인 '2018 남북정상회담'을 아흐레 앞둔 18일. 정상회담장인 판문점 '평화의 집' 출입구에는 파란 가림막이 처져 있었다. 가림막 뒤로는 정상회담에 맞춰 건물 내부를 개수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평화의 집 외부에서 50m가량 곳에서 바라보니 출입구에는 사다리와 삽 등 각종 작업 공구들이 놓여있었다.

처음 이곳에 발을 내디뎠을 때는 건물 주변으로 삼엄한 경비가 펼쳐져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간혹 작업 인부들만 2∼3명 정도 건물 내외부를 드나들 따름이었다.

불과 8일 뒤면 한반도의 명운을 건 담판이 이뤄질 곳이지만, 이날 외부에서 바라본 평화의 집은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청와대는 18일 내·외신 언론사 취재진 300여 명을 상대로 '판문점 프레스 투어'를 실시했다. 취재진이 접근 가능한 장소는 평화의 집 외부를 비롯해 '자유의 집' 내부, 통상 'T2'라고 불리는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등이었다.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역시 정상회담장인 평화의 집이었다. 애초 청와대는 평화의 집 내부도 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이날 내부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평화의 집 리모델링은 20일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정상회담장은 평화의 집 2층에 마련되며, 3층은 오·만찬이 가능한 연회장으로 꾸며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평화의 집 1층에는 기자실과 소회의실 등이 있었으나, 이번 정상회담 때 판문점 현장 풀(POOL) 취재단이 이 기자실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평화의 집이 있는 구역의 공식 명칭은 '유엔군사령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이다. 이 지역은 지름 800m 타원형 모양의 회담 구역으로 이 안에서는 유엔사 측과 북한군 측이 자유롭게 남북을 오가며 공동으로 경비임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공동경비구역(JSA·Joint Security Area)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판문점(板門店)이라는 명칭은 이 지역의 원래 지명인 '널문리'에서 유래했다. 판문점의 판(板)은 널문리의 '널'을 의미하고 점(店)은 주막을 뜻한다.

1951년 9월 유엔군 대표들은 중국군 대표들이 회담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널문리의 한 이름없는 주막에 '판문점'이라는 간판을 걸어뒀는데 여기서 판문점이라는 명칭이 유래했다고 한다.

원래 판문점 내에서는 남북의 경계가 없었으나 1976년 '도끼만행 사건' 이후 판문점 내에도 군사분계선(MDL)이 그어졌다.

양측 군사정전위원회는 T1·T2·T3 회담장 사이에는 폭 50㎝, 높이 5㎝의 콘크리트 연석을, 회담장 바깥에는 10m 간격으로 높이 1m의 말뚝을 설치해 군사분계선을 표시했다. 이로써 판문점 내부가 남측 구역과 북측 구역으로 나뉘게 됐다.

판문점 내 우리측 구역에는 평화의 집과 '자유의 집'이 들어서 있다. MDL을 사이에 두고 평화의 집은 북측 통일각과 대칭되고, 자유의 집은 판문각을 마주 보는 구조다.

자유의 집 내부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 2층에 들어서니 눈앞에 자유의 집 뒤쪽으로 이어진 출구가 보였다. 그 출구를 통해 외부로 나가니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눈에 익은 장면이 펼쳐졌다.

정면에 북한의 판문각이 있었고 자유의 집과 판문각 사이에 하늘색 건물 3채가 서 있었다. 건물 사이로 난 폭 5m가량의 좁은 길옆에는 한국군과 미군 병사 1명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이 하늘색 건물들이 바로 T1·T2·T3로 불리는 회담장 건물이다. T1은 중립국감독위원회 회담장, T2는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T3는 실무장교 회담장이다. 'T'는 '임시'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Temporary'의 약자다.

취재진을 안내한 김영규 유엔군사령부 공보관은 "처음 이 회담장을 설치할 때는 누구도 이렇게 오랫동안 사용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 '임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T1과 T2, T2와 T3 사이에 난 좁은 통로 한가운데는 MDL을 의미하는 연석들이 놓여있었다. MDL은 회담장 내부에도 존재하는데, 회담장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의 마이크 줄이 회담장 내 MDL의 역할을 한다.

현재로서는 회담장 사이로 난 통로 2개가 걸어서 MDL을 넘을 수 있는 판문점 내 유일한 통로다.

실제 이날 오전 북측 판문각에서 열린 2차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에 참석한 우리 측 대표단은 T1과 T2 사이의 통로를 이용해 도보로 MDL을 넘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걸어서 MDL을 넘어온다면 T1·T2 사이 통로나 T2·T3 사이 통로 중 한 곳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통로를 지키고 서 있는 병사들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영화에서처럼 남과 북의 병사들이 서로 마주 보고 선 장면을 상상했는데, 통로 반대편에는 북한군 병사들이 서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평상시에는 남북 모두 통로 끝에서 경계근무를 서지 않고 카메라를 통해 서로를 감시한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북한군 하전사 오청성 씨가 판문점을 통해 귀순했을 때 그와 북한군의 움직임을 추적·촬영한 카메라들이 판문점 곳곳에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김 공보관은 "지금 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들은 우리를 지키기 위해 나온 것"이라며 "북한군도 행사가 있거나 우리처럼 관광객이 오면 그들을 지키기 위해 경계근무를 선다"고 말했다.

영화에서처럼 남북의 병사들이 통로 반대편에 서서 대치하는 장면은 우연에 우연이 겹치지 않으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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