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자릿수 육박 아일랜드 고성장의 허상…4분의 1은 아이폰 때문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아일랜드가 지난해 두 자릿수에 근접하는 고성장을 실현했지만 4분의 1 가량은 애플 아이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일랜드의 고성장이 다국적기업의 지적재산 이전에 따른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아일랜드 경제는 지난해 7.8% 성장해 유럽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고용 등 실제 체감 경기는 다르다.
아일랜드의 성장이 소수의 다국적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들은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 낮은 점을 이용해 지적재산이나 본사 소재지를 아일랜드로 옮기는 이른바 '세금 바꿔치기'를 하고 있다.
IMF는 지난해 아일랜드 경제 성장의 4분의 1 가량인 2%는 애플 아이폰 덕분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애플 아이폰은 아일랜드에서 만들어지거나 이곳에서부터 수출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애플이 지적재산을 아일랜드에 두고 있기 때문에 아이폰 판매가 늘어나면 날수록 아일랜드 경제 성장률에도 플러스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다국적기업들은 2015년 이후 지적재산을 획득하면 이를 아일랜드에서 등록해 왔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의 성장률은 2015년 26.3%에 달했고, 법인세는 22억 유로(한화 약 2조9천억원)가 증가했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이를 "레프러콘(leprechaun) 경제학"이라면서 이같은 고성장이 아일랜드 경제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레프러콘은 키가 작고 녹색 옷을 입은 아일랜드의 요정이다.
아일랜드 공화당의 마이클 맥그래스는 "아이폰과 같은 하나의 상징적 제품이 나라 경제 성장의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것은 우리 경제 통계가 개별 기업의 결정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면서 "정책 결정은 내수 등 좀 더 신뢰할만한 토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같은 다국적기업의 지적재산 이전이 아일랜드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아일랜드의 조세부문을 총괄하는 조 타이넌은 "지적재산을 옮긴 기업들은 계속 아일랜드에 남으려고 하기 때문에 경제에 매우 이득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