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아베 정권…여기자에 성희롱 의혹 日 재무차관 경질

입력 2018-04-18 19:26
휘청거리는 아베 정권…여기자에 성희롱 의혹 日 재무차관 경질

"가슴 만져도 되냐" 음성공개에도 '모르쇠'…재무성, "피해자 나서라" 2차피해 유발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여기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일본 정관계를 들끓게 했던 일본 재무성의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사무차관이 결국 경질됐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경 재무상은 18일 기자회견에서 후쿠다 사무차관이 사임 의사를 전했다며 사실상 경질 사실을 밝혔다.

후쿠다 사무차관은 여기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간지 주간신조(週刊新潮)의 보도가 나온 뒤 줄곧 의혹을 부인해왔다.



주간신조는 이에 "키스해도 되냐", "가슴을 만져도 되냐" 등의 말을 하는 후쿠다 차관 추정 인물의 음성 녹취 파일을 추가로 공개하며 후속 보도를 했지만, 후쿠다 차관은 여성 기자들과 회식을 한 기억이 없다며 계속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음성 파일이 TV 방송에서 연일 흘러나오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아베 내각의 인사들은 후쿠다 차관을 계속 두둔해왔다.

특히 아소 부총리는 "(피해를 본 여기자가) 신고하고 나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재무성은 피해자에게 나서서 신고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각 언론사에 보냈고, 이에 대해 재무성 기자단은 "피해 여성이 이름을 내놓는 것은 2차 피해 우려가 있다. 공문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항의성 입장 발표를 했다.



아베 정권이 성희롱 스캔들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버틴 것은 후쿠다 차관이 있는 재무성이 아베 총리를 괴롭히고 있는 사학스캔들과 연루된 부처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재무성은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특혜매각 및 문서 조작 파문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재무성의 대응이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부적절한 것이라는 비판이 커졌고 야권이 이날 아소 총리의 사퇴까지 주장하며 공세를 높이자 결국 사실상의 경질을 발표하며 백기를 들었다.

일본 주간지들은 이번 성희롱 의혹을 비롯해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된 성희롱이나 불륜 등의 비위를 잇따라 폭로해 주목받고 있다.

작년에는 나카카와 도시나오(中川俊直) 경제산업 정무관이 두 달에 걸쳐 다른 2명의 여성과 불륜 관계였다는 보도가 나와 경질됐고, 야당 민진당의 기혼 여성 의원 야마오 시오리(山尾志櫻里·44) 중의원은 불륜 의혹 보도로 탈당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간지 기자가 취재에 들어오자 불륜 의혹을 스스로 고백하는 사례도 나왔다.

요네야마 류이치(米山隆一) 니가타(新潟)현지사는 이날 구체적인 잘못을 설명하지 않은 채 "주간지에 보도될 금전과 여성 문제 때문"이라는 이유만을 들며 사퇴를 발표했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