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정의는 모두의 정의가 될 수 있을까…연극 '엘렉트라'

입력 2018-04-18 18:51
수정 2018-04-18 20:29
개인의 정의는 모두의 정의가 될 수 있을까…연극 '엘렉트라'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고대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의 비극 '엘렉트라'가 현대의 벙커를 배경으로 무대에 오른다.

원작 '엘렉트라'는 아버지 아가멤논의 복수를 위해 엘렉트라가 동생 오레스테스와 함께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와 어머니의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죽이는 이야기다.

26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엘렉트라'는 현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바꿨다. 엘렉트라는 고대 그리스 인물이 아니라 정부군에 대항하는 게릴라들의 리더로, 아버지를 죽게 한 어머니를 인질로 붙잡아 지하 벙커에 가둔다. 엘렉트라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복수가 정당함을 주장하고 클리탐네스트라는 자신의 논리로 이를 반박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야기의 두 축인 엘렉트라역은 장영남이,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역은 서이숙이 맡아 긴장감 넘치는 연기 대결을 보여준다.



18일 오후 남산창작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서이숙은 이 작품에 대해 "정의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모두 피해자죠. 과연 누가 누구를 심판할 수 있을까, 이 시대의 정의가 무엇인지, 서로가 외쳐대는 정의가 과연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묵직한 이야기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장영남은 어린 시절 상처받고 애정이 결핍된 엘렉트라의 내면에 주목했다.

"크게 보면 정의의 실현이지만 엘렉트라에게는 사적인 복수이기도 하죠.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인 데 대한 복수이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아이기스토스에게 학대당한 데 대한 복수이기도 하죠. 학대받고 사랑이 결핍된 속에서 자란 엘렉트라는 비틀어진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비틀어진 인간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의 마음속에서는 얼마나 큰 물결이 요동칠까. 그걸 표현해 내는 게 지금도 저에게는 큰 과제입니다."



연극은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한태숙이 연출을 맡았다. 한 연출은 앞서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 등 소포클레스의 작품을 연출한 바 있다.

한 연출은 "엘렉트라는 복수, 클리탐네스트라는 저주, 오레스테스는 운명을 거부하고 싶은 생각, 아이기스토스는 열등감과 뻔뻔함이 자기 동력이 되는 인물"이라면서 "각자 인물들이 가진 추동력을 현대적 인물로 구현한 점이 우리 작품의 미덕"이라고 소개했다.

각색을 맡은 고연옥 작가는 "이 작품은 복수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의의 가치가 가장 중요했다"면서 "개인의 정의가 모두의 정의가 될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질문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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