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면 안돼" 공포 반응, '포식자 로봇-쥐' 실험으로 확인

입력 2018-04-19 03:00
"잡히면 안돼" 공포 반응, '포식자 로봇-쥐' 실험으로 확인

한미 연구진 성과…'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동물은 왜 공포를 느낄까. 학계에서는 공포나 두려움 같은 감정이 생긴 데 크게 기여한 요인으로 '포식 위협'을 꼽는다. 하지만 포식 위협이 어떻게 공포 감정을 유도하는지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기전(메커니즘)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최근 한국과 미국 공동연구진은 포식자에게 위협을 느낄 때 뇌 속 신경회로의 변화를 동물 실험으로 밝혀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18일 자에 실렸다. 이번 연구의 공동교신 저자는 김진석 미국 워싱턴대 교수, 조제원 가톨릭관동대 의대(국제성모병원 뇌과학중개연구소) 교수며, 1저자는 워싱턴대의 김은주 박사다.

공포와 두려움은 공포증이나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의 신경정신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지금껏 쥐를 이용해 이런 감정을 이해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수행돼왔다.

다만 쥐의 공포심을 유도할 때 주로 약한 전기 쇼크를 주는 방법을 썼기에 자연스러운 반응을 알아보는 데는 사실상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포식자를 모방한 '포식자 로봇'을 이용했다.

조제원 교수는 "이 로봇은 김진석 교수가 처음 개발한 생태학적 공포 모델로, 2010년 학계에 보고된 뒤 많은 연구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동물의 위험 예측, 공포 반응, 탈출 반응을 모두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쥐가 포식자 로봇에게 쫓길 때, 뇌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봤다.

공포와 관련된 뇌 부위인 편도체와 전전두엽 변연전영역에 전극을 삽입하고, 신경세포의 활성을 측정한 것이다. 신경세포는 '전기'로 신호를 전달하므로, 전기적인 활동을 측정하면 세포의 활성 정도를 알 수 있다.

쥐가 포식자 로봇을 맞닥뜨려 위협을 느끼면, 편도체 속 신경세포가 급격히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쥐는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 했다. 이 로봇과 만났던 쥐는 안전한 보금자리로 이동한 뒤에도 위험 상황을 감시했는데, 이때는 변연전영역이 활성화돼 있었다.

쥐가 멀리 있는 포식자 로봇을 볼 때는 편도체와 전전두엽 변연전영역이 모두 활성화됐다.

'공포 예측'에는 두 부위가 상호협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조 교수는 "전전두엽 변연전영역과 편도체간 역동적인 관계 및 역할을 이번 연구에서 밝혔다"며 "앞으로 불안, 병적공포증, 공황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 정신병리학적 증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하리라 본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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