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장관, 기자 암살 혐의로 기소된 남성과 사건 직후 만나"
뉴욕타임스 등 '다프네 프로젝트' 참여 언론 보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몰타의 탐사전문 기자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의 암살 6개월을 맞아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철저히 규명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는 가운데, 몰타의 현직 장관이 갈리치아 기자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 중 1명과 사건 이후 만났다는 보도가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뉴욕타임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 몰타 현지 신문 타임스 오브 몰타 등 언론은 크리스 카르도나 몰타 경제 장관이 갈리치아 기자 살해 사건 이후 몰타 작은 마을의 한 바에서 갈리치아 기자를 살해한 혐의로 추후 기소된 남성 3명 중 1명인 알프레드 데조르조를 만나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언론은 갈리치아 기자의 유업을 이어받아 '다프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그가 생전 미완성으로 남긴 취재를 수행, 이를 바탕으로 한 기사를 발표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전 세계 언론 18개 중 일부다. '다프네 프로젝트'에는 이밖에 로이터통신, 르몽드, 프랑스2 TV 등 유수의 언론도 함께 하고 있다.
이 같은 보도를 접한 몰타 야당 의원들은 이날 의회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단체로 퇴정했다.
몰타 야당인 국민당의 아드리안 델리아 대표는 몰타를 휘감고 있는 공포와 침묵의 문화를 개탄하며 "국민을 대표해 갈리치아 기자 암살 사건에 대해 끝까지 질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카르도나 장관이 갈리치아 기자 암살에 연루됐는지를 포함해 이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밝히기 위해 진지하고, 독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카르도나 장관은 그러나 자신을 겨냥한 보도에 대해 "순전히 추측에 기반한 것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풍문으로 기사를 썼다"고 해명했다.
직접 만든 블로그에 조지프 무스카트 총리를 비롯한 몰타 유력 인사들의 비리를 쉼 없이 폭로해 '1인 위키리크스'라는 평가를 받아온 갈리치아 기자는 작년 10월 소형차를 몰고 외출하다가 차량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지며 자택 근처인 몰타 섬 북부 모스타에서 53세의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에 언급된 한 회사의 소유주가 무스카트 총리의 부인이라고 보도, 몰타의 조기 총선을 촉발하기도 한 그의 죽음은 평화로운 휴양지로 비치던 유럽연합(EU) 최소국 몰타 이면의 그림자를 드러내며 국제 사회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몰타 경찰은 사건 직후 미국과 유럽연합의 수사진의 도움을 받아 용의자 검거에 나선 끝에 데조르조 형제와 빈체 무스카트 등 남성 3명을 붙잡아 갈리치아 기자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이들 3명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다, 갈리치아 기자 살해를 실질적으로 지시한 배후에 대한 단서는 여전히 찾지 못한 상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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