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남북-한미-북미-북중 연쇄회담 '가속페달'…격동의 한반도(종합)
남북정상회담서 비핵화·종전선언 논의 가능성 커지자 4强 움직임 빨라져
트럼프, 아베 만나 北문제 논의하고 '종전 논의' 지지…폼페이오 극비방북도 공개
시진핑은 북미정상회담 후 방북 예정…러시아도 정상회담 요구한듯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강건택 박경준 기자 = 남북 정상회담을 아흐레 앞두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열강들의 움직임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최대 현안인 비핵화와 종전선언 문제가 정식 의제에 오를 것으로 알려지면서 4강(强)은 저마다의 '지분'을 키우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전례없는 외교전에 돌입하고 있는 분위기다.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회동한 것을 계기로 남북, 한미, 북미, 북중 연쇄 정상회담의 성사라는 보기 드문 외교 이벤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역사적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북미정상회담을 향한 미국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이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플로리다 주에 있는 개인 별장인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급에서 북한과 직접 대화를 했다"며 "우리는 북한과 매우 높은, 극도로 높은 수준의 직접 대화를 나눴다"고 밝혀 기대감을 키웠다.
북미 고위급 접촉의 주인공은 미 국무장관 내정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으로 확인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폼페이오 내정자는 지난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극비리에 방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폼페이오 내정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복심'이라는 점에서 이번 극비방북을 통해 비핵화와 종전 선언 등의 핵심 의제를 조율하는 등 북미 정상회담 준비 작업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시기를 '6월 초 또는 그 이전'으로 재확인하고, 회담 개최 후보지로 "5개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전해 차질없이 실무 준비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남북한)은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라고 언급, 한반도 종전 선언을 승인한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혔다. 한국을 대신해 휴전 협정에 서명한 미국이 직접 동의해야 남북 간 종전 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오는 27일 판문점 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안보 상황을 궁극적인 평화 체제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종전선언 논의도 급물살을 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은 필연적으로 평화협정 논의와 연계된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정착과 관련한 중요한 선언이 도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잇달아 열리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끌어낸 다음 구체적인 비핵화 프로세스에 착수하는 동시에 평화협정 체결을 포함하는 평화체제 구축 논의까지 '통 큰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5월 또는 6월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2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신임 보좌관과 만나 "한미정상회담과 남북미 3국 정상 간 회담 개최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더불어 5월 상순 일본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도 조율되고 있어 그 계기에 한중, 한일 등 양자 정상회담이 개최됨으로써 대북협상 관련 정보 공유 및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문제의 또 다른 축인 중국도 북한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움직일 태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11월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북한 평양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는 미국 CNN 방송의 보도가 나온 것이다.
남북 또는 북미 위주로 진행되는 대화흐름에서 소외됐던 시 주석은 지난달 28일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해 북중정상회담을 하고 냉각 상태였던 북중관계 해소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발을 들이려는 모습이다.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 주석의 방북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마련될 것으로 보이는 한반도 문제 해법의 큰 틀이 어느 정도 추진력을 가질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미 직접 대화를 환영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해법'을 강조하고 나섰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두려면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북한을 지지한 언급으로 해석됐다.
또한, CNN에 따르면 러시아도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요구했으나 북한이 아직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만약 북러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남·북·미 주도로 진행 중인 북핵 논의가 중국과 러시아의 바람대로 기존의 6자 회담에 가까운 형태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각국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자국의 이익을 관철키 위해 사력을 다할 이들 연쇄 정상외교가 일단락되면 한반도 정세의 새 판이 밑그림을 드러낼 전망이다.
연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북한발로 시작된 한반도 정세 전환 모색이 '핵없는 한반도 평화시대'의 발판을 만들지, 아니면 '핵 위의 불안한 평화'로 가는 길을 열지 관심을 끄는 형국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관련국들이 뜻을 같이 함으로써 올해를 한반도 비핵화의 원년으로 만들 수 있을지, 미중간 동북아 갈등 구조를 활용해 북한이 '핵보유국 인정'의 야심을 유지하게 될지 등이 걸린 중요한 국면이 찾아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18일 "미국이 생각하는 '가장 큰 불'은 역시 북한의 핵확산(테러세력 또는 제3국으로의 핵무기 이전) 및 북한 핵미사일의 미국 본토 타격 방지일 것이기에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그 두 가지는 확실히 하고 기존에 보유한 북한의 핵탄두와 중·단거리 미사일은 단계적·동시적으로 해결할 장기 과제로 넘길 수 있는 만큼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문제들에 대해 미국에 확실히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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