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정'은 이런 것?…교사 복직 이끈 호주 학생·학부모
학생 머리카락 잘랐다가 해고된 교사, 40일만에 학교로 돌아와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두발 단속을 하면서 학생의 머리카락을 잘랐다가 해고됐던 호주의 베테랑 교사가 눈물을 글썽이며 학교로 되돌아왔다.
30년 동안 열정적으로 가르쳐 인기가 많았던 선생님을 지켜야 한다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한 달 이상에 걸친 노력이 결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멜버른의 명문 사립학교 '트리니티 그라마 스쿨'의 교감인 로한 브라운이 해고 40일만인 17일 학교로 돌아와 학생들과 기쁨을 나눴다고 호주 언론들이 18일 보도했다. 이 학교는 유아원부터 초등학교, 중고교 까지의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브라운 교감은 이날 아침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았으며, 많은 학생과 악수를 하거나 포옹하며 감격을 누렸다.
브라운 교감은 학교에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며 사과하고 자신을 학교에 돌아올 수 있게 한 학생들과 동료 교직원, 학부모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금세 눈물이라도 터질 못한 모습으로 "우리는 실수를 했고, 나도 실수했다"며 "학교를 더 건강하고 활기찬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고 채널7 방송이 전했다.
브라운 교감은 새 학년이 시작된 지난 2월 두발 규정을 어겼다며 한 학생의 머리카락을 깎았고, 이 모습이 지난달 뒤늦게 동영상으로 공개되면서 학내에는 평지풍파가 일었다.
학교 측은 동영상 공개 직후 브라운 교감의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계약을 해지했으나, 베테랑 교사인 브라운 교감의 진정성을 알고 있는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재학생들과 졸업생, 학부모들은 사복 차림의 항의와 잇단 집회, 서명운동 등을 통해 브라운 교감의 복직을 강력히 요구했다.
특히 지난달 13일 밤에는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 등 1천명 이상이 전례 없는 회의를 열고 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뜻도 천명했다.
결국, 학교 측이 구성한 독립적인 조사위원회가 재논의를 거쳐 최근 당시 결정이 부당하다며 원직 복직을 결정했고, 브라운 교감은 이날 학생 곁으로 돌아왔다.
브라운 교감은 이날 가위 사용을 그만둘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고 호주 ABC 방송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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