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 조세포탈로 처벌…2천억대 과세
서울지검, 6개월 수사로 조폭 등 45명 기소·국세청 통보
검찰 "도박사이트 조직 범죄수익 박탈·자금원 차단"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방현덕 기자 = 검찰이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막대한 범죄 수익을 챙긴 수십 명에게 탈세 혐의를 적용하면서 2천억원대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물릴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검찰이 6개월여간 기획 수사를 벌인 끝에 나온 성과물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박재억 부장검사)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73명을 적발해 45명을 도박장소 개설 또는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하고 21명은 계속 수사한다고 18일 밝혔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 관련자는 18명에 이른다.
검찰은 재판에 넘긴 45명 중 23명에게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의 탈세액은 1천억원 가량이며 수사 중인 사안까지 포함하면 2천억원을 웃돈다.
과세액에 비춰 이들이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으로 거둔 매출은 2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검찰은 국세청에 자료를 제공해 이들에게 세금을 물리도록 했다.
그간 학계 등에서는 위법한 사업이나 불법 소득에도 세금을 물릴 수 있다고 해석해왔으나 지난해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도박사이트 사건에도 이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있을지 불분명했다.
이 때문에 도박사이트 관련자들은 엄청난 이익을 거두고도 대부분 도박장소 개설이나 국민체육진흥법상 도박장 개장 등의 혐의로만 처벌을 받았다. 이는 형량이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천만원 이하에 그치는 범죄사실이다.
그러는 사이 국내 불법도박 규모는 정부 예산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83조7천억원(2015년) 수준까지 확대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마늘밭에 불법도박 수익금 110억원을 묻어 둔 사례처럼 엄청난 범죄이익을 거두고 있다"며 "그럼에도 선고형량이 높지 않아 처벌받더라도 '몇 년 살고 나오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며 밝혔다.
검찰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적용한 조세포탈 혐의는 액수가 10억 이상인 경우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포탈액의 2∼5배에 해당하는 벌금도 물릴 수 있다. 이를 통해 도박사이트 운영자의 범죄수익을 최대한 박탈하고 관련 조직의 자금원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검찰은 기대한다.
검찰이 이날 재판에 넘긴 도박사이트 관련자 중에는 중국 청도 등에 사무실을 두고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며 140억원을 탈세한 성남 국제마피아파 출신 이모씨(38) 등 일당 16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범죄수익으로 벤틀리, 페라리, 마이바흐 등 고가 차량을 리스해 타거나 브레게, 예거 르쿨트르, 롤렉스 등 비싼 시계를 차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이들은 사건을 관할하는 경기 성남의 수정경찰서 강력팀장 이모씨(구속기소)에게 3천700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 밖에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답십리파, 고흥파, 신미주파, 유성파, 신유성파, 21세기파, 익산 대전사거리파, 해남십계파 소속 조직원 등도 재판에 넘겼다. 이미 불법도박장 개설 등 혐의로 복역 후 출소한 이들도 조세포탈 혐의로 추가 기소했으며 재구속된 사례도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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