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법 개정안, 모호하고 규제 과도해 역효과 우려"
경총 토론회…원청 처벌강화·화학물질 정보공개 등 쟁점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고용노동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의 내용이 불명확하고 과도해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나왔다.
정진우 한국안전학회 정책부문장(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은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주최로 열린 '산업안전보건정책 개선 토론회'에서 "논리성·일관성이 결여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집행되자마자 위헌소송에 휘말려 상당 기간 큰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근로자 사망 시 하도급업체 사업주와 마찬가지로 원청업체 사업주에게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도금이나 수은 등 유해·위험성이 높은 12개 물질의 제조·사용작업의 도급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행정기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며, 기업이 생산하는 모든 화학물질 정보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정 교수는 "개정안에서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사업주가 어느 장소까지 산재예방조치를 해야 하는지 예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권이 없는 원청 사업주에게 하도급 사업주와 동일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산재예방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유해·위험업무의 도급금지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다"면서 "작업중지명령 요건 역시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해 행정기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와 관련해 논란이 되는 화학물질 정보자료 공개에 대해서는 "모든 화학물질의 명칭·함유량 정보를 정부에 제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환경부가 보유한 화학물질 정보를 고용부가 공유하도록 근거 규정을 개정안에 마련하는 편이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손동권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형법상 하한형의 징역형은 대게 고의범에 적용되는데, 과실로 발생한 사망 재해에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것은 법리상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하도급 근로자의 안전·보건조치는 하도급 사업주가 책임지는 게 원칙"이라며 "동일한 벌칙을 원청 사업주에게도 부과하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를 주최한 경총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내용의 상당 부분이 산업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과도한 사업주 처벌에만 집중돼있다"면서 "학계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기업의 안전보건활동과 산재예방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조항을 폐지하거나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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