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집단댓글, '매크로' 없어도 처벌될까…다른 쟁점은(종합)
법조계 "조직성, 여론 영향 등 따져봐야…공모관계·배후 자금줄 유무도 관건"
민간인 신분이라 국정원 댓글과 달라…'부정한 수단·선거 영향 목적' 등 변수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김지헌 현혜란 기자 = 포털사이트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전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계속되면서 이들의 혐의가 어느 선까지 확장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민간인인 이들의 '댓글조작'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이나 공무원의 불법행위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어떤 행위가 어디까지 처벌 대상이 되는지도 관심사다.
구속된 김모(48·필명 '드루킹')씨 등 3명이 현재 받는 혐의는 자동화 프로그램(매크로)을 이용한 여론조작 행위 하나이지만, 활동 방식 등에 관한 새로운 사실관계가 등장하면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김씨 등은 지난 1월 17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4시간여 동안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 문재인 정부 관련 기사에 달린 비판성 댓글에 반복적으로 600여 차례 '공감'을 클릭하는 수법으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형법상 업무방해죄에는 '정보처리 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해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명시된 만큼 매크로 사용 자체로 처벌은 피할 수 없다.
유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드루킹이 자신의 아이디로 뉴스 댓글에 '공감'을 눌렀다면 단순한 정치 의견 표시라 할 수 있지만, 타인의 아이디를 동원해 '공감'을 몰아준 것은 순위 선정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매크로 등 비정상적 수단을 쓴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해당 댓글의 총공감 수가 4만건을 넘겨 김씨 등의 행위가 미친 영향이 크지 않다는 측면이 쟁점이 될 수도 있지만, 형량 산정시 양형 가중·감경에 고려 요소가 될 수는 있어도 혐의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김씨 등이 매크로를 이용한 여론조작뿐 아니라 지난해 대선 전부터 특정 정치인에게 우호적인 댓글 활동을 했다는 진술도 나온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수사는 이들의 행위가 자발적 의견 표출에 불과한지, 자금 지원 배후 등이 존재하는 조직적 사건인지 밝히는 데도 상당한 비중을 둘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양태가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불거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비슷하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국정원 사건은 국정원 직원 등이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하며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시글이나 댓글을 유포한 것으로, 검찰은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검찰은 17일 김씨 등을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이들이 집단적으로 인터넷상에서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는 활동을 해 왔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인터넷에서 필명 '드루킹'으로 활동한 김씨가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카페를 운영하면서 경기도 파주시의 사무실에서 회원들과 함께 정치 뉴스에 댓글을 달거나 댓글에 공감 클릭을 해 왔다는 것이다.
범죄사실로 적시된 댓글조작 활동에도 경공모 회원들에게 받은 아이디를 활용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국가공무원과 달리 일반인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있어 매크로 사용이나 아이디 도용 등 부정한 수단이 동반되지 않았다면 집단으로 댓글 작업을 한 행위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도 이 부분은 면밀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본인 아이디를 만들어 특정 후보 당선이나 낙선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것이 부정하다고 하기에는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어느 정도 조직적으로 한 것인지, 여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합리적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등이 '댓글 모니터 요원 매뉴얼'까지 만들어 조직적으로 활동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유권자의 일반적인 정치적 의견 표출로 보기 어려워 법적으로 문제삼을 만한 사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YNAPHOTO path='PYH2018041620110001301_P2.jpg' id='PYH20180416201100013' title='기자회견 하는 김경수 의원' caption='(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민주당 당원 댓글공작'과 관련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jjaeck9@yna.co.kr' />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특정 목적을 띠고 단체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특정 후보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해 댓글을 작성하고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등 참정권자로서 의견을 표명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면 정당한 선거운동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씨 등은 1월 17일 이뤄진 댓글조작 행위에 614개의 포털 아이디를 이용했고, 아이디는 카페 회원들에게 받았다고 경찰에서 주장했다. 만약 남의 아이디를 도용한 사실이 일부라도 확인된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김씨 등이 휴대전화 170여개를 사용하고, 값비싼 월세를 내며 사무실을 운영하는 등 정황을 보면 정치권 등 자금 지원줄이 따로 있지 않았겠냐는 의심도 나온다. 이 역시 수사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공무원 정치개입은 아니지만, 수사 결과 정치자금이 나왔다든가 하면 정치권에서 업무방해를 공모나 교사, 방조한 부분이 있다는 뜻"이라며 "결국 어디서 돈이 나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처벌 가능성은 매크로를 이용한 여론조작 사실을 알았는지에 좌우될 전망이다.
김씨가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신저로 댓글 활동을 알린 사실은 확인됐지만, 김 의원은 메시지를 대부분 읽지 않았고 매크로 사용도 몰랐다는 입장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 의원의 경우 김씨의 공범이 되느냐 하는 문제"라며 "사전에 김 의원이 김씨에게 연락 또는 지시했거나 공모관계가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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