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반영 경시대회 무더기 문제오류…수험생들 '아우성'(종합)
지금까지 인정된 오류만 7개 문항…'복수정답'·'정답없음' 처리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정보화진흥원(NIA)과 전국 교육청들이 주관하는 한국정보올림피아드(KOI) 경시부문 지역대회에서 무더기로 출제 실수가 발생해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이 대회에서 입상하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소프트웨어 중점 대학에 마련된 소프트웨어 특기자 전형 등에 공식 반영되므로 대학에 진학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과기정통부와 NIA는 대회 공식 사이트에서 이 대회를 "국내 최고의 IT영재들이 참가하여 실력을 겨루는 대회로써 국내 최고의 권위를 가진 대회"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난 14일 치러진 제35회 KOI 지역대회에 참가한 수험생들에 따르면 이 대회에서 출제된 문제 중 상당수에 출제 오류가 있었다.
대회 주최 측이 지금까지 출제 오류를 인정한 문항만 따져도 도합 7문항이 '복수정답'이나 '정답없음'으로 처리됐다.
출제 실수가 있었던 문항은 초등부(총 40문항)는 37번(단답형, 복수정답), 중등부(총 50문항)는 15번(객관식, 정답없음), 44번(단답형, 복수정답)이었다.
특히 고등부(총 50문항) 경시대회는 6번(객관식, 정답없음), 27번(객관식, 복수정답), 36번(객관식, 정답없음), 49번(단답형, 정답없음) 등 4문항이나 출제 실수가 인정됐다.
예를 들어 초등부 37번 문제(중등부 44번과 동일)는 "한 농부가 시장에 가서 백마리의 동물을 구매하는데 총 일천만원이 들었다. 송아지 한마리에 오십만원, 새끼양 한마리에 일십만원, 그리고 토끼는 한마리에 오천원이 들었다면, 농부가 구매한 토끼는 몇 마리인가?"라고 되어 있다. 주최측이 의도한 답은 80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토끼를 한 마리도 사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주최측은 '000 혹은 080'을 복수 정답으로 인정했다.
이 문제가 초등부에 출제된 점이 선행학습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3원 1차 방정식을 2개 주고 0보다 크거나 같은 정수해를 찾으라는 것은 초등학교 수학 교과과정을 한참 벗어나는 내용이다.
출제 실수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된 문항 외에도 오류가 있는 사례가 더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Pseudo-구데기컵'이라는 필명을 쓰는 한 트위터 사용자(@kudeki_cup)가 이런 내용을 정리해 공개 중이다.
'이의 제기'라는 이름이 달린 게시판이 공식 사이트(www.digitalculture.or.kr/koi/)에 마련돼 있기는 하나, 주최 측은 이 게시판의 쓰기를 막아 놓고 NIA의 담당자 이메일로만 이의 제기를 받고 있어 공식 사이트에서는 이에 관한 토론이나 의견 제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메일로만 가능한 이의 제기 마감 시한은 18일이다.
수험생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문제가 안 풀려서 30분간 붙잡고 있느라 다른 문제를 검토할 시간이 없었는데 정답이 없다고 한다"는 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번 시험을 치른 한 학생의 부모는 "대입에도 공식적으로 반영되는 경시대회인데 이렇게 문제가 허술하게 출제되다니 한심하다"며 "명백한 출제오류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올해 대회 출제의 질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런 무더기 출제 실수를 알게 된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들이나 관련 분야 대학생·대학원생들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아니 저런 말도 안되는 문제가 정올(정보올림피아드)에 나왔단 말이냐", "저번에 뭐 교과과정… 4차산업혁명…그런 거 본 거 같은데 그래서 오염된건가" 등의 황당하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는 출제실수뿐만 아니라 출제 수준에 대한 비판도 포함돼 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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