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땡처리·피감기관 지원 출장' 관행 제동…여의도 '술렁'
선관위 만장일치 위법 판단에 자정(自淨) 목소리 나와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국회의원의 '후원금 땡처리'와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에 위법소지가 있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여의도 정가가 잔뜩 술렁이고 있다.
특히 의원들이 임기 말이면 통상 해온 것으로 알려진 '후원금 땡처리'를 두고 선관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위법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이 관행은 사실상 퇴출당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지난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회의원이 종전의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금액을 시민단체나 비영리법인에 납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는 앞서 청와대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이른바 '5천만 원 셀프 후원금'에 대한 적법 여부 판단을 내려달라고 질의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그간 '후원금 땡처리'는 공천 탈락 등의 이유로 금배지를 다시 달 수 없게 된 의원들의 오랜 관행이었다는 이야기가 많다.
계좌에 후원금을 그대로 두면 중앙당에 귀속되는데 그럴 바에야 동료 의원들에게 '품앗이 후원'을 하거나 각종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다수 의원의 전언이다.
한 재선 의원은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차피 다 쓰지 못할 후원금이라면 사정이 딱한 단체나 연구기관, 후원이 부족한 동료 의원에게 나눠주는 게 상식으로 통해 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관위의 전날 결정으로 잔여 후원금 처리에도 엄격한 기준 적용이 불가피해졌다.
선관위가 전날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의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행위에 대해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도 정가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물론 출장의 목적과 내용, 피감기관 등의 설립목적 및 비용부담 경위 등 사회상규상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사실상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은 해외출장은 가로막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서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김 원장의 사퇴 파문까지 부른 사안인 만큼 굳이 무리해서 해외출장을 떠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 정치권의 반응이다.
게다가 이미 피감기관 지원 출장의 경우 2016년 9월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부터 현저히 줄어든 상황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에도 전액은 아니더라도 피감기관의 일부 지원을 받아 가는 경우가 간혹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이마저도 이제는 찾기 힘든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참에 관련 국회법을 개정해 의원들의 잘못된 관행을 자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회예산으로 가는 출장이라도) 업무와 무관한 외유성 출장이면 여비를 반납하고 공항 이용과 해외공관의 과잉 의전도 축소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의 외교활동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고 관련 국회법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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