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살았는데 추방?'…영국, 카리브해 이민자 논란에 사과

입력 2018-04-17 02:19
수정 2018-04-17 09:04
'수십년 살았는데 추방?'…영국, 카리브해 이민자 논란에 사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에서 수십 년간 거주한 이주민들이 행정적 부주의로 추방되거나 추방될 위기에 처하면서 영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실수를 인정하면서 이번 문제에 대한 해결을 약속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앰버 루드 영국 내무장관은 이날 이른바 '윈드러시 세대(Windrush generation)'의 강제추방 위기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들을 돕기 위한 새 조직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윈드러시 세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재건을 돕기 위해 영국으로 이주한 영 연방 소속 시민들을 뜻한다.

카리브해 지역에서 영국으로 이주민들을 실어날랐던 첫 번째 배인 '엠파이어 윈드러시(Empire Windrush)'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1948∼1970년 약 50만명이 자메이카, 트리니다드 토바고, 바베이도스 등 서인도제도에 있는 자신들의 조국에서 영국으로 이주했다.

문제는 수십 년간 영국 내에서 일자리를 갖고 세금을 내며 살아온 이들과 이들의 가족이 지난 2012년 불법 장기체류를 막기 위해 강화된 규정으로 인해 피해를 보면서 불거졌다.

영국은 지난 1971년 이미 영국 내에서 살고 있는 영연방 소속 시민들에게 영주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내무부는 관련 기록을 제대로 보관하지 못한 데다 이를 확인하는 서류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많은 윈드러시 세대와 가족들은 정작 영국 여권이나 시민권을 정식으로 발급받지 못한 채 계속 거주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민 규정이 강화되자 갑자기 불법 이민자로 분류돼 추방되거나 의료 등 공공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 이민자는 암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거부당했고, 영국에서 40년을 거주한 이민자가 직업을 잃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이들 윈드러시 세대에 자진신고 기간을 부여하는 한편, 영국 내 거주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이 시작됐다.

여기에 140명 이상의 하원의원이 메이 총리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루드 내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솔직히 말해 그들이 받은 잘못된 대우는 매우 끔찍한 것으로 이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조속한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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