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권력 커졌지만 중국 집단지도체제 무너지지 않았다"

입력 2018-04-16 16:51
"시진핑 권력 커졌지만 중국 집단지도체제 무너지지 않았다"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 분석한 '시진핑 사상과…'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난해 10월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마무리된 뒤 국내외 언론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권력이 강화됐고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붕괴했다는 평가를 했다.

관례에 따라 지명해야 할 차기 지도자를 지목하지 않았고, '시진핑 사상'이 당헌에 삽입됐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시 주석은 이번 당 대회에서 이전 국가주석인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와는 분명히 다른 행보를 보였다.

중국 전문가 7명이 제19차 당 대회를 분석한 글을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가 엮은 책 '시진핑 사상과 중국의 미래'에서 조영남 서울대 교수는 시진핑 주석이 독주하는 '1인 체제'가 등장했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조 교수는 지금까지 중국을 지탱해온 집단지도체제의 여러 규범이 이번 당 대회에서 충실히 지켜졌는지 살핀다. 만일 1인 체제가 완성됐다면, 이 규범들은 폐기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집단지도체제의 주요 규범 중에는 68세 이상인 사람은 당·정·군의 최고 직위에 취임하지 못하고,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5대 권력 기구의 책임자를 포함한다는 것이 있다. 또 특정 정치 세력이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며, 차기 지도자는 권력 승계 5년 전에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된다는 내용도 있다.

조 교수는 "68세 규정, 권력 구성과 세력 균형의 규범은 준수됐다"며 "2022년 공산당 20차 당 대회에서 69세가 되는 시진핑이 이를 무시하고 권력 연장을 획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차기 지도자의 상무위원 선출 무산에 대해서는 "결정 방식이 다수 후보의 경쟁으로 바뀌고, 바뀐 방식에 따라 후계자 선정 과정이 진행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유력 주자이자 정치국원인 후춘화(胡春華)와 천민얼(陳敏爾)은 차기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여전히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조 교수는 시진핑 사상의 당헌 삽입과 관련해서도 이념적 권위를 획득하는 첫발을 디딘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당헌의 규정이 곧바로 현실 권력이 되는가'라고 묻고는 "시진핑은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덩샤오핑(鄧小平)처럼 천지개벽하는 업적을 낼 조건과 상황이 아니고, 그의 사상이 갖는 권위도 마오쩌둥 사상과 덩샤오핑 이념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조 교수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은 오랜 혁명과 국가 건설 과정에서 개인적 명성을 얻어 카리스마적 권력을 휘두른 지도자이지만, 시 주석은 법률과 당규가 정한 체계에 따라 권력을 거머쥐었기 때문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보다는 상대적으로 강한 권력을 행사하지만 '커다란 조종자'일 뿐 거부권을 가진 '최종 결정자'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책에는 중국 지도체제 분석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글이 실렸다. 저자들은 시 주석이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개혁 정책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그가 추진한 빈곤 탈피 정책인 '정확하고 정밀한 빈곤 지원'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은 한반도 외교 정책에서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주력하고, 대만에 대해서는 강온 양면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식공작소. 400쪽. 1만8천500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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