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가 촉발한 스타트업 펀딩 잔치…득보다 실 많아

입력 2018-04-16 16:38
소프트뱅크가 촉발한 스타트업 펀딩 잔치…득보다 실 많아

투자과열에 실리콘밸리에 돈 넘쳐…과대평가·무모한 사업진출 야기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사장이 이끄는 일본 정보기술(IT)업체 소프트뱅크가 IT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투자 경쟁을 야기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소프트뱅크 주도로 기업들이 IT 스타트업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면서 실리콘밸리 자금시장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이는 투자 거품도 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도한 투자 경쟁이 스타트업 기업들을 기업공개(IPO) 등 공공시장으로부터 멀게 하고, IT분야가 과대평가되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투자분석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 중순까지 5천만 달러(537억 원) 이상을 유치한 미국 스타트업 기업 수는 분기 최고치인 102개로 집계됐다. 총 투자규모도 160억 달러(17조 2천억 원)에 달했다.

WSJ는 이러한 흐름은 실리콘밸리가 공공(공모)시장보다 민간(사모)시장에서 과대평가됐다는 인식 아래 투자가 크게 위축됐던 2년 전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IT 기업들의 IPO가 주춤해지고, 회사 수익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스타트업들은 투자자, 특히 뮤추얼펀드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와 손잡고 920억 달러(99조 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조성하면서 달라졌다.

소프트뱅크는 펀드에 근거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360억 달러(38조 7천억 원) 이상을 투자했고, 이는 지난해 미국 VC시장이 조달한 330억 달러(35조 4천억 원)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피치북은 지적했다.

하지만 중동 국부펀드 등이 VC를 거치기보다 직접 투자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스타트업 펀딩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하나인 UAE 무바달라가 실리콘밸리에 따로 사무실을 차리고, 카타르 투자 당국이 모건 스탠리의 IT 투자 전문가를 영입해 후발 스타트업 사냥에 나선 것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이러한 막대한 자금의 유입이 스타트업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자금이 넘쳐나면서 스타트업 기업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다른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이는 경쟁자들과 가격전쟁을 야기한다는 것이 이유이다.

VC 벤치마크의 벤 컬리는 지난 2월 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자금의 과도한 사용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는 게임이기 때문에 모두가 하고 있다"고 밝혔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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