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사별 대비, 여성도 재정결정권 남편에 일임 말아야"

입력 2018-04-16 16:15
"황혼이혼·사별 대비, 여성도 재정결정권 남편에 일임 말아야"

UBS은행 조사 "40대이하 여성들도 61%가 가계 투자 결정권 포기"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여성들이 남성 배우자와 갑작스러운 사별이나 이혼 후 금융지식과 경험 부족이나 감춰진 빚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가계 자금의 투자 결정 등 재정권을 남성 배우자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1990년대 이래 50대 이후의 황혼 이혼이 2배로 급증하는 추세에서 가계 재정 결정 경험과 지식은 여성에게 더욱 필수적인 일이 되고 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UBS의 글로벌자산관리 부문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당신의 재산을 소유하는 법'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한 여성의 56%는 여전히 가계의 주요한 투자·재정 계획 결정을 남성 배우자에게 일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닷컴이 전했다.

이런 경향은 전통적인 남녀 성 역할 인식을 가진 부모 세대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40대 이하의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의 61%도 투자 결정을 남편에게 일임한다고 대답했다.

이 조사는 지난 5년 이내에 이혼했거나 남편이 사별한 여성 600여 명과 현재 결혼 상태인 부부 1천500 쌍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대상 가계는 모두 투자 가능한 자금을 25만 달러(2억7천만 원) 이상 보유했다.

남성 배우자가 사별했거나 이혼한 여성의 59%는 남편이 살아 있을 때 가계의 장기적인 재정 계획 수립을 남편에게 맡겨두고 자신은 참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답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압도적 다수인 94%는 앞으로는 배우자에게 "재정의 완전한 투명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남성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으면서 재정 계획에 적극 관여하지 않는 여성들의 85%는 남편보다 금융 지식이 부족하다고 대답했고 80%는 이런 역할 분담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른 분야에선 여권이 신장하고 있음에도 여성들이 가계 재정 분야에선 여전히 중요한 결정권을 포기하고 있는데 이는 여성들의 장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UBS 글로벌자산관리의 수석 전략가 폴라 폴리토는 설명했다.

"거의 모든 이혼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에게 결혼 생활 초기부터 재정권에 더 관여함으로써 재정권 포기의 악순환을 깨뜨려야 한다고 조언하는 입장"이라고 폴리토는 덧붙였다.

실제로, 조사 대상자 가운데 이혼이나 사별로 남편과 헤어진 후 재혼한 여성들은 10명 중 8명 꼴로 가계 재정 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혼은 초혼보다 헤어지는 비율이 높고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좋은 현상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여성들이 결혼 생활 중 가계 재정 결정권을 배우자에게만 맡겨 두는 바람에 이혼, 사별 등으로 헤어질 때 그동안 남편이 감췄던 빚과 지출 등 가계 주름살이 드러나 당황했다는 경험자도 56%에 이르렀다. 물론 몰랐던 남편의 은퇴연금을 발견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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