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쫓으려 8세소녀 성폭행·살해한 힌두주민…인도사회 발칵
전국서 시위…여당 주의원의 16세소녀 성폭행 사건도 분노 유발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에서 종교적인 갈등과 여당 주의원의 일탈이 빚은 8세와 16세 소녀 성폭행·살해 사건이 전국적인 시위를 촉발했다.
16일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전날밤 수도 뉴델리를 비롯해 서무 뭄바이, 남부 벵갈루루, 중부 보팔 등 여러 도시에서 수천 명이 모여 북부 잠무-카슈미르 주에서 올해초 벌어진 8세 무슬림 소녀 성폭행·살해 사건 등에 항의하는 촛불 시위를 열었다.
이런 전국적 성범죄 항의집회가 열린 것은 2012년 12월 뉴델리 여대생 버스 내 집단성폭행 사망 사건 이후 처음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뉴델리에서는 의회 앞 도로에 2천여 명이 모였다. 델리 여성위원회 스와티 말리왈 위원장은 미성년 대상 성폭행 재판을 6개월 내 마칠 것을 촉구하는 단식을 시작했다.
인도 영화의 중심지 뭄바이에서는 인기 여배우 프리얀카 초프라와 영화 제작자 에크타 카푸르 등이 시위에 동참하라고 팬들에게 요청했다.
퇴직 공무원 49명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성폭행 피해 아동 가족을 직접 찾아가 용서를 구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 퇴직 공무원은 "인도 독립 이후 지금이 가장 암울한 시기"라며 여성, 어린이, 무슬림, 달리트(이른바 '불가촉천민') 등 소수자를 보호하라고 모디 총리에게 요청했다.
앞서 잠무-카슈미르 주 카투아에서는 유목생활 하던 무슬림 가족의 8세 소녀가 지난 1월 10월 실종됐다가 1주일 만에 성폭행·고문 흔적과 함께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됐다.
수사에 미온적이던 경찰은 무슬림 주민들의 격렬한 시위와 주 총리의 지시를 받고서야 힌두 주민들이 무슬림 유목민을 해당 지역에서 쫓아내려는 목적으로, 그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결론 내고 전직 주 정부 공무원과 현직 경찰관 등 8명을 최근 체포했다.
이 사건은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여당 인도국민당(BJP) 소속 잠무-카슈미르 주 주장관 두 명이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사임하는 등 힌두와 무슬림 간 갈등을 둘러싼 정치 문제로도 비화했다.
힌두 주민들이 다수인 잠무 시 변호사 협회는 경찰 수사에 불만을 품고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운나오에 사는 한 16세 소녀가 1년전 BJP 소속 쿨딥 싱 셍가르 주의원과 그의 동생에게 성폭행당했다며 지난 8일 요기 아디티아나트 주총리의 집 앞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이 소녀의 부친은 앞서 고소를 취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달 초 셍가르 주의원의 동생에게 심하게 구타당했고 9일 사망했다.
셍가르 주의원 형제는 현재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외에 서부 구자라트 주 수라트에서 지난 6일 9∼11세로 추정되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소녀가 성폭행당한 뒤 86차례나 흉기에 찔려 살해된 채 발견된 사실도 알려졌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13일 "어떤 범죄도 방관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면서 "내부의 악을 없애기 위해 협력하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야당은 모디 총리의 언급이 너무 늦은데다 여당 주의원들이 범죄에 연루된 데 대한 반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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