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행사' 참석한 정치인들 "기억나지 않는다"
노회찬 "드루킹 이름도 몰랐다", 안희정측 "개인적 친분 없어"
"의원들 사이서 꽤 유명했지만"…곤혹스러운 반응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고상민 서혜림 기자 = 인터넷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 수감된 김모씨(필명 '드루킹')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한 정치인들은 대부분 드루킹과의 만남에 관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강연을 주최한 드루킹의 사조직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을 경제민주화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로 이해했으며, 그 모임의 리더인 드루킹에게서 특별한 인상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2014년 6월 경공모 초청 강연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이 아닐 때는 1년에 100회 정도 강연을 했다"며 "솔직히 자세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 이후에도 드루킹이라는 이름을 몰랐고, 전화번호도 알지 못했다"며 "당연히 문자메시지나 메신저를 주고받은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지난 1월 경공모 주최 강연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루킹이 애초 온·오프라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다가 대선 이후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였던 안 전 지사를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강연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와 관련, 안 전 지사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경공모 측에서 안 전 지사를 초청한 것으로 안다"며 "드루킹과 안 전 지사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경공모는 다수 회원을 가진 인터넷 카페로, 그것을 보고 강연을 수락한 것"이라며 "강연 이후 연락을 주고받거나 그러지는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공모가 2016년 10월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국민의 명령', '참여네크워크' 등 시민단체 및 정의당 고양시당 등과 함께 주최한 10·4 남북정상선언 9주년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도 드루킹을 모르고 기억하지도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행사에 참석한 한 의원은 "경기 북부권에서 여러 단체가 공동 주최한 행사였다"며 "경공모가 아닌 다른 단체 주최 행사로 알고 갔는데, 드루킹은 몰랐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바람 부는 야외 행사장에서 축사를 하고 30분가량 머무르다 왔다"며 "그날 자리에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참석했고, 나는 누가 주최했는지는 정확히 몰랐다"고 언급했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드루킹은 유력 인사를 각종 행사에 초청해 이들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지만, 실제로 유력 정치인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는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
다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드루킹과의 관계를 공공연히 드러내기 불편하거나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드루킹은 의원들 사이에서 꽤 유명했던 인물"이라면서도 "당시 드루킹과 비슷한 종류의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드루킹이라는 사람을 자세히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드루킹이 2016년 민주당에 입당하기 전 정의당 당원이었다는 소문과 관련, 정의당 관계자는 "실명을 확인해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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