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세월호 4주기…우리는 달라졌나
(서울=연합뉴스) 세월호 참사로 304명이 목숨을 잃은 지 4년이 지났다. '세월호'는 단지 대형 선박 사고가 아니었다. 우리 사회를 뿌리째 뒤흔든 역사적 사건이었다.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안전 불안, 정부 당국의 구조ㆍ재난대응 무능, 국가 최고 리더십의 허울을 드러냈다. 그뿐만 아니다. 불의의 큰 사고와 슬픔을 당한 이웃을 위로조차 하지 못하고 헐뜯는, 일각이지만 우리 내부의 편협함과 분열상도 확인시켰다. 믿었던 국가, 사회 시스템의 불안에 대한 자각은 시민 저항의 씨앗이 됐고, 결국 정권교체를 불러온 요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번 세월호 4주기는 지난 3년과 다른 점이 있다. 정부 차원의 영결식이 열리고 '사회적 참사 특조위'(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ㆍ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달 말 출범했다. 그동안 충분히 규명되지 못했던 사고 원인과 구조 지연 이유가 정확히 밝혀지기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사고가 난 지 4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구호에 지나지 않게 될 공산이 커지고 있지나 않은가. 정부의 구조 능력, 재난대응 체계는 나아졌나. 300여 명의 생때같은 목숨이 차가운 물 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던 우리는 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기는커녕 분열과 네 탓만 한 것은 아닌가. 그 결과로 부실한 사회 시스템 개조의 골든타임을 또다시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세월호가 우리 사회에 안긴 충격의 결과가 정권교체에만 머무는 것은 아닌가. 세월호 이후 정권교체 외에 우리 사회에 달라진 것이 무엇이 있느냐는 것이다.
세월호 이후에도 대형 사고는 계속됐다. 세월호 사고가 난 그해 5월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로 20여 명이 숨진 데 이어 인재로 볼만한 대형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도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경남 밀양 병원 화재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흥도 낚싯배 사고 때 "이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또 구조하지 못한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에 과연 실질이 담겨 있나 국민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물결은 그치지 않고 있다. 유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그날의 참사를 잊지 말자며 노란 리본을 달고, 기부를 하고, 몸에 문신을 새기며 '세월호를 잊지 말자'고 말하고 행동하는 시민도 많다. 세월호는 아름다운 추모 행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안전사회를 이룩하고, 국가 리더십을 바로 세우고, 지나친 이념 분열을 극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안전은 돈'이다. 안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우리는 불가항력적인 상황과 씨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돈을 들이느냐 아니냐는 의지의 문제다. 우리 사회 분열의 해결 또한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 세월호로 드러난 많은 문제의 해결은 우리의 의지에서 출발한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도 이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는 성숙하지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을 것이다. 과연 우리에게 그런 의지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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