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업계 올 평균 임금인상률 2.41%…20년래 최고 수준
'인력부족' 비제조업, 제조업 상회…대형 제조업체 주도 관행 와해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기업의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이 2.41%에 달해 199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인상률을 대형 제조업체가 주도해온 기존 관행이 무너지고 인력부족이 심각한 육상운송이나 소매업 등이 인상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인재확보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초임을 올리고 고령자(시니어)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다른 업체나 업계와 보조를 맞추던 임금인상 시스템이 약화하는 움직임도 확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5일 정리한 이달 3일 기준 올해 임금동향조사 1차 집계에 따르면 기본급 인상을 포함한 평균 임금인상률은 작년 실적보다 0.35%P 높았다. 기본급을 인상한 기업의 비중도 84.5%로 지난 10년 사이 가장 높았다.
인상액도 7천527 엔(약 7만4천800 원)이었다. 인상액이 7천500 엔을 넘기는 20년 만이다.
인력부족이 심각한 비제조업의 인상률이 2.79%로, 1997년 이래 2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는 제조업 인상률보다 0.52% 포인트 높은 것으로 비제조업의 임금 상승률이 제조업을 앞선 것도 21년 만이다.
대형 제조업의 임금인상률이 다른 산업으로 파급되는 기존 구도도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육상운송과 외식, 기타 서비스 산업의 평균 고정급(기준내 임금)은 30만 엔(약 298만 원)으로 전체 평균 31만3천667 엔보다 적었다. 이런 기존급여 수준으로는 인력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야마토 운수는 올봄 노사협상(춘투)에서 노조가 요구한 1만1천 엔(약 10만9천 원) 인상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인상률이 3.64%에 달했다.
제조업에서도 그룹 내 서열이나 동종업계 다른 회사와 보조를 맞추는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올 회계연도 결산에서 사상 최고의 순이익을 예상하는 도요타자동차는 3.30%의 임금인상을 결정했지만,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아 인상액 결정의 선도 역을 포기한 모양새가 됐다.
도요타그룹은 덴소, 아이신 정밀기기 등 그룹 내 대기업이 기본급 월 1천500 엔 인상을 결정했지만 그룹 산하 조합으로 구성된 도요타노조연합회의 약 30%가 이를 웃도는 인상을 결정, 인상액이 대기업을 상회했다.
다만 신선식품과 원유가격 상승으로 실질임금은 계속 감소했다.
정부는 5년 연속 업계에 임금인상을 요청하면서 처음으로 3%라는 수치목표를 제시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그러나 올해 20년 만에 가장 높은 임금인상률을 기록한 것은 정부가 주도한 관제 춘투 때문이 아니라 일손부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인재확보 경쟁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직화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도 변화 조짐을 보인다. 샤프는 노조의 요구보다 높은 월 5천 엔 인상을 결정했고 후지필름도 5% 인상을 결정했다. 라이온은 초임을 9년 만에 6% 정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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