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때문에"…日탈주범, 빈집 많은 섬서 1주간 '오리무중'

입력 2018-04-15 17:11
"저출산 때문에"…日탈주범, 빈집 많은 섬서 1주간 '오리무중'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에서 감옥에서 탈주한 재소자가 빈집이 많은 섬에 숨어든 뒤 1주일 동안 검거되지 않는 일이 발생해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5일 요미우리신문과 NHK에 따르면 지난 8일 에히메(愛媛)현 이마바리(今治)시의 교도소에서 재소자 히라오(平尾·27)가 탈주한 뒤 7일이 지났지만 경찰이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히라오가 숨어든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교도소에서 멀지 않은 히로시마(廣島)현의 섬 무카이시마(向島)로, 경찰은 1천200명의 인력을 동원에 수색에 나서고 있다.

탈주범이 이처럼 폐쇄된 섬 안에 스스로 들어왔지만 경찰은 그를 좀처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바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심각한 빈집 문제에 있다.

무카이시마는 저출산으로 인한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으며 빈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있다. 2015년 조사를 기준으로 이 섬의 빈집은 1천89채나 된다.

탈주범은 이들 빈집 중 어느 곳엔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경찰은 마음대로 수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색을 위해서는 빈집 소유자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집주인을 찾아 허락을 받는 경우에는 그나마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색을 할 수 있지만, 사망 등으로 집주인과 연락을 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집주인이 복수인 사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투입된 경찰들의 상당수는 부동산 사무실에 드나들고 이웃에게 문의하면서 집주인을 확인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인구 감소 때문에 경찰력이 탈주범이 아니라 집주인을 찾는 데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경찰이 딴 데 힘을 쏟고 있는 사이 탈주범은 섬 곳곳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주일 사이 탈주범이 범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7건의 도난 사건이 발생했고 섬 내의 초등학교에는 휴교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외출을 되도록 삼간 채 자체적으로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고 상점가는 문을 닫았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가 심각한 일본은 지방 시골 마을을 중심으로 빈집이 늘어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일본 전국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은 820만 채로, 20년 전에 비해 80%나 늘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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