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대표팀, 역대 최고로 험난한 월드컵 본선 도전기
북한, 호주, 일본…계속된 조 편성 '불운'
최종전에선 4분 남겨놓고 호주-일본 무승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여자축구대표팀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 본선 진출 도전 과정은 '불운과의 전쟁'이라 표현할 만하다.
최악의 대진운,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지난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16강 쾌거를 이룬 직후부터 가시밭길을 걸었다.
여자 대표팀은 이듬해 열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렸는데 예기치 않은 상황이 나오면서 눈물을 흘렸다.
예선 분수령으로 꼽히던 일본과 경기에서 에이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이 페널티킥을 실축했고, 결국 무승부를 기록해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지소연은 올림픽 예선 탈락의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괴로운 시간이었다. 팀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수장인 윤덕여 감독은 그해 겨울 모친상까지 치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자 축구대표팀은 프랑스 여자월드컵 1차 예선이라 할 수 있는 2018 여자 아시안컵 예선 조 추첨에서 역대 최악의 편성을 받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FIFA 랭킹대로 조 편성 시드를 배정하지 않은 탓에 아시아 여자축구 최강팀으로 꼽히는 북한과 한 조에 묶였다.
대표팀은 이전까지 북한에 1승 2무 14패의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다. 더군다나 북한과 경기를 평양에서 치러야 했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주저앉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에서 똘똘 뭉쳤다.
지소연, 조소현 등 기존 주축선수들이 중심을 잡았고,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팀 내에 녹아들면서 팀워크가 살아났다.
여자실업축구 WK리그는 대표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정규리그 개막을 한 달 늦추기도 했다.
대표팀은 북한과 평양 원정경기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30분 장슬기의 기적 같은 동점 골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결국, 북한을 골 득실로 제치고 아시안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는 '평양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당당히 불운과 맞서 싸워 이긴 여자 대표팀은 또다시 시련을 겪었다.
아시안컵 본선 조 편성에서 아시아의 맹주인 일본, 호주와 같은 조에 속했다.
상위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획득하기에 힘든 환경이었다.
대표팀은 다시 힘을 냈다. 처절하게 골문을 봉쇄하며 1차전 호주와 경기, 2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각각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주변에선 기적이라고 했다.
대표팀은 약체 베트남과 최종전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을 매듭짓는 듯했다.
한국과 베트남, 호주와 일본은 13일 밤(한국시간) 동시에 경기를 펼치게 됐는데, 호주와 일본이 비기지 않으면 한국은 자력으로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었다.
상황은 순조롭게 전개됐다. 여자 축구대표팀은 후반전 막판 베트남에 4-0으로 앞섰고, 일본도 호주에 1-0으로 앞섰다.
경기가 그대로 끝나면 한국은 사상 최초로 여자월드컵 본선 2회 연속 진출 금자탑을 쌓게 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호주는 경기 종료 4분을 남겨둔 후반 41분 동점 골을 넣었고, 한국 대표팀은 3위로 밀려났다. 또 다시 불운이 대표팀 발목을 잡았다.
한국 대표팀의 본선 진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오는 17일 A조 3위 필리핀과 나머지 티켓 1장을 놓고 다툰다.
대표팀 선수들은 다시 한 번 이를 악물고 불운 악령과 맞서 싸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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