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핑거·유령주식·신뢰 추락…삼성증권이 휩쓴 증시 1주일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한 증권사 직원이 '1주당 1천원'을 '1주당 1천주'로 잘못 입력하면서 시작된 '삼성증권[016360] 유령주식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증시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 배당금으로 1주당 1천주를 잘못 배당했다.
자판보다 굵은 손가락 때문에 실수로 수치를 잘못 입력하는 단순 '팻 핑거'(fat-finger) 오류라기엔 그 파급력이 너무나 컸다.
배당한 주식은 총 28억3천만주로, 사고 직전일 종가(3만9천800원)를 기준으로 하면 112조6천985억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있는 주식을 잘못 배당해도 큰 문제인데, 자사주를 보유하지도 않는 삼성증권이 전체 주식 발행 한도(1억2천만주)를 몇 배나 뛰어넘는 '유령주식'을 쏟아내면서 문제가 커졌다.
특히 일부 직원이 이런 유령주식 가운데 일부를 팔아치우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 일개 증권사 시스템에서 발행되고, 이 증권사 직원들은 유령주식으로 거래까지 체결하면서 증시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금융감독원은 다른 증권사에서도 이러한 유령주식 거래가 가능한지 모든 증권사에 대한 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특히 삼성증권의 현장 검사에는 통상의 2배에 달하는 전문인력 8명을 투입했다. "시간이 부족하면 연장하고, 인력이 부족하면 더 투입하겠다"는 각오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유령주식을 매도한 삼성증권 직원은 16명이다. 이들이 내다 판 유령주식은 501만2천주다.
이 중에는 삼성증권의 '매도 금지' 공지를 보고도 주식을 팔아치우거나, 100만주, 당시 시가로 적어도 350억원이 넘는 수량을 팔아넘긴 직원도 있었다.
한순간의 유혹에 유령주식을 팔아치운 해당 직원들은 이제 수억 원의 손배소송을 앞둔 처지가 됐다.
삼성증권은 사고 당일 주가 급락에 놀라 주식을 매도한 개인투자자들에게 당시의 장중 최고가로 보상하겠다는 보상안을 밝혔다. 삼성증권은 이 비용을 해당 직원에게 배상하라는 소송을 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 주가 급락으로 인한 피해 외에도 삼성증권은 증권사의 핵심 가치인 신뢰를 한순간에 잃으면서 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연기금들이 일제히 삼성증권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시장에서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금융당국이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업정지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징계가 확정된다면 연기금과의 거래 재개가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기존 고객의 이탈까지 걱정해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인가도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사고로 삼성증권뿐 아니라 증시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고 지적한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스템 전반을 조사하고 공매도를 폐지하라는 의견이 올라와 21만명이 넘게 서명했다.
청원자는 "증권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주식을 찍어내고 팔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이것은 사기 아닌가. 공매도를 꼭 폐지하고 증권사를 대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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