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청문회를 통해 본 북미정상회담 준비 상황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상원 외교위의 12일(현지시간) 인사청문회는 특히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 총책격인 폼페이오 지명자의 답변을 통해 회담 준비 진행 상황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북·미 정상회담 전망 = 폼페이오는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과) 회담을 통해 포괄적인(comprehensive)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고, 외신들도 주로 이 말을 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이 말만 따로 떼어보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비관처럼 비칠 수 있고, 특히 한국 정부의 '포괄적·일괄적 합의' 입장과도 거리를 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전체 맥락을 보면 모든 세부 사항까지 이번 정상회담 한 차례로 끝낼 수 없으며 후속 이행 협상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주고받을 큰 틀의 원칙적 합의라는 뜻의 '포괄적·일괄적'이라는 뜻과 달리 쓰인 것이다.
국가 정상 간 회담에 앞서 통상적으론 노련한 외교관들에 의해 많은 사전 협상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으니 걱정스럽지 않느냐는 제프 플레이크(공화)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폼페이오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제의한 회담을 위한 준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민 여러분은 회담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알면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생각은, 나도 거기에 동의하지만, 과거 (미국과 북한의) 두 지도자가 만나기 전에 (실무자들 간) 오랜 협상을 하는 모델로는 이 엄청나게 어렵고 힘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지도자가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폼페이오는 트럼프식 접근법의 배경을 설명했다.
"두 사람이 만나면…(우리가)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과) 회담을 통해 포괄적인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 사람은 (미국 행정부 내에) 아무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두 지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들을 마련할 것이다. 궁극적으론 두 지도자가 합의해 굴러가도록 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이어 폼페이오는 "나는 미국 정부가 그런 조건들을 적절하게 마련할 수 있으며, 그리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가 대화를 통해 미국과 세계가 절실히 원하는 외교적 결과를 달성하는 길을 열 수 있으리라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도 폼페이오는 북·미 회담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보면 "낙관적이지 않다"며 "김정은이 핵무기 포기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거의 주문처럼 돼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나는 그 주문이 틀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려는 움직임이 북한과의 합의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는 플레이크 의원의 질의에 폼페이오는 "김정은이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옵션을 가졌는지 사실 모르지만, 나는 그의 관심사, 즉 거대한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자신이 처한 도전들에 대해 가진 생각과 예상 요구 목록에 대해 무수한 분석 보고서를 읽었다"고 답했다.
이어 폼페이오는 "이란 핵협정은 김정은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그는 지금 자신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포기하는 것을 다루는 회담에서 자신의 정권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어떤 조건을 내놓을까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잇조각 보증서 이상의 것, 지난 수십 년간 아무도 가능하리라 믿지 않았던 자기 나라의 비핵화 작업을 해나갈 수 있는 조건들을 어떤 묶음으로 내놓을지 찾고 있을 것"이라고 폼페이오는 덧붙였다.
▲대북 예방적 군사 타격에 대한 입장 = 에드워드 마키(민주) 의원이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하면 경제 제재도, 외교적 대화도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는 사람도 일부 있을 수 있다"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대북 예방타격론을 상기시키고 국무장관으로서 지지 여부를 물은 데 대해 폼페이오는 "예방적 군사 타격에 대해선 법률적 논란이 많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회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아직 외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다"며 "우리는 아직 외교적 수단을 다 소진하지 않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북·미 정상회담 실패가 곧 대북 군사 타격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히 했고, 나도 동의하듯, (북한) 핵무기들이 미국을 타격하는 것을 보는 날이 올 수도 있다"며 "외교적 및 기타 대외 정책 수단이 성공하지 못하는 때를 대비해 매티스 국방장관이 여러 옵션을 준비토록 지시받은 것으로 안다"고 군사 옵션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폼페이오는 가정적으로 "김정은이 직접 (미국 타격을) 위협하고, 우리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그의 행동에 대한 정보를 확보한" 상황을 그려볼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미국은 과거의 외교를 넘어선 대응을 할 필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 상태에서도 예방적 타격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볼턴과는 다른 입장이다.
▲대북 제재 입장 = 대북 제재 등 압박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존 바라소(공화) 의원의 촉구에 폼페이오는 북핵 6자회담에선 미국과 다른 참가국들이 대북 제재를 너무 빨리 완화해 줬다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의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는 "보상을 주기 전에 우리는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인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말하고 "엄청난 과제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 자신과 국무부의 외교활동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정권교체 입장 = 폼페이오는 "나는 오늘 (북한의)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고 기꺼이 답하겠다"고 말했다. 벤 카딘(민주) 의원이 북한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으냐, 북한의 정권교체를 지지하느냐 등으로 물은 데 대한 대답이다.
폼페이오는 지난해 7월 한 안보 포럼에서 "미국 정부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핵 개발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분리하는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날 답변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체제보장을 요구하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폼페이오는 "나는 정권교체를 지지한 적이 없다"며 "분명히 해두고자 하는 것은 외교관으로서 나의 역할은 지난 20~30년 동안 이 나라가 향하던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코리 가드너(공화) 상원의원이 최근 시리아의 독가스 공격과 관련, 북한이 그 물질이나 장비 등을 시리아에 공급했는지를 아느냐며 미정부 안팎에 존재하는 북한-시리아 화학무기 연계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그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답변을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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