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난 열기구 항공레저사업 허가 '규제개혁인가, 외압인가'
익명 전문가, 외부 압력 의혹 제기…항공청 "현장 실사했다" 외압 부인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바람 많은 제주에서 자유비행 열기구로 관광업을 하는 항공레저스포츠사업 허가에 대해 '외압' 논란이 일었다.
지난 12일 오전 8시 11분께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북쪽에서 열기구가 강풍을 피해 비상착륙하는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열기구를 운영한 오름열기구투어는 2년 동안 4차례의 도전 끝에 지난해 5월에야 열기구 관광을 위한 항공레저스포츠사업 등록을 어렵게 받아냈다.
허가 관청인 제주지방항공청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마련된 열기구 이륙장에 방해물이 있고, 비행경로가 넓다는 점 등 안전상의 이유를 불허 사유로 들었다.
오름열기구투어가 허가를 요청한 열기구 자유비행은 제주 상공을 바람따라 떠다니며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는 관광 아이템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추진됐다.
이 업체는 이후 이륙장의 범위를 좁혀 방해물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비행경로도 한정해 사업권을 따냈다.
당시 원희룡 제주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주에 하늘을 나는 열기구가 지방항공청의 승인을 받아 사업이 가능해졌다. 제주도지사인 저도 항공청장과 면담하는 등 노력했다"고 적으며 열기구 자유비행 허가에 힘을 보탰음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특히 미래부 창조경제기획과의 구** 과장님, 윤** 서기관님 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불합리한 규제의 스나이퍼(저격수)에 마음의 큰 박수를 보낸다"고 공로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들이 발 벗고 나서서 직접 법률 해석을 하고, 국토부나 항공청과 협의하고 나서 차관 주재 관계부처회의에까지 상정해 결국 설득을 해냈다고 설명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도 모든 과정에서 발 벗고 나섰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 1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에 출연한 익명의 한 전문가는 "외부에 어떤 승인을 해 주라는 그런 압력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이 항공청에 계속 문제를 제기했을 때 항공청의 답변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한 것이다.
그 전문가는 앞서 "제주도의 기상 특성상 열기구 관광 비행은 부적합하다고 열기구 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었고, 사업 승인 의견 수렴 기간에 여러 경로를 통해서 항공청에 전달했다"며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지방항공청 관계자는 "등록을 3차례 불허하고 나서 도청에서 원 지사를 만나 안전상의 이유로 등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며 "당시 도지사께서 특별히 뭘 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3차 신청 때 송당목장 한 곳을 착륙장으로 하고 반경 7㎞에 있는 8곳을 이륙장으로 해서 사업을 신청했다"며 "조사 결과 풍력발전기와 고압선로 등 안전 위해요소가 많아서 불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차 신청 때는 위해요소가 없는 4곳만 이륙장으로 지정해 신청하자 현장 실사를 하고 나서 등록 신청을 받아줬다"고 했다.
원 지사도 "열기구와 관련 제주관광업계와 제주에서 창업하려는 이주민, 벤처기업, 스타트업 기업들의 요청을 받아 도가 허가청에 공식적으로 전달했다"며 "제주지방항공청에는 안전을 최우선 전제로 삼아달라고 요청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열기구 사고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새로운 관광 상품을 제주에 도입하기 위한 규제개혁은 여전히 필요하며 그런 차원에서 노력해준 정부부처 담당 공무원들의 노고를 높이 산 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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