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수치에 "미얀마가 로힝야 집단학살" 표현 사과한 이유
"ICC의 필리핀 '초법적 처형' 조사를 내정간섭으로 몰려는 의도"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군의 잔혹행위를 제노사이드(집단학살)라고 꼬집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1주일여 만에 미얀마 최고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에게 사과했다.
13일 일간 필리핀스타, GMA뉴스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얀마 내정에 간섭할 뜻은 없었다"면서 아웅산 수치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제노사이드를 언급하며 로힝야족 난민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힌 두테르테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이 비판은 하지만 행동은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얘기를 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과는 자신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 발생한 초법적 처형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조사를 내정간섭으로 몰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두테르테는 ICC가 예비조사에 착수하자 지난달 ICC 탈퇴를 선언한 뒤 ICC에 조사 권한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13일 언론 브리핑에서도 "필리핀은 더는 ICC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ICC가 필리핀에서 어떤 것도 조사할 권한이 없다"면서 "ICC 검사가 이 나라에서 활동한다면 불법이기 때문에 체포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파토우 벤소우다 ICC 검사장은 지난 2월 초법적 처형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부 다바오 시장 재직 때부터 암살단을 운영했고, 대통령 취임 후에는 마약 용의자 유혈 소탕으로 4천여 명을 재판과정 없이 처형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의 경찰초소 습격 사건 후 정부군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반군 소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죽고 7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과 국제사회는 미얀마군이 학살과 방화, 성폭행 등을 자행하며 로힝야족을 상대로 '인종청소'를 감행했다고 비판하지만, 미얀마 정부와 군은 이런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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