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인권조례] ② 동성애 옹호 vs 지자체의 책무…쟁점은

입력 2018-04-16 07:00
[위기의 인권조례] ② 동성애 옹호 vs 지자체의 책무…쟁점은

한국당 "에이즈 확산 우려"…충남도 "취약계층 인권보호 업무 마비"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자유한국당 소속 충남도의회 의원들과 일부 종교단체는 충남인권조례가 성 소수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주장한다.

보수 야당이 문제 삼는 것은 충남도민 인권선언에 포함된 '충남도민은 성별, 나이…(중략)…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문구다.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금지를 인정함으로써 동성애를 제도화하고 일부일처제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주장이다.

인권조례 폐지안을 대표 발의한 자유한국당 김종필 의원은 "인권조례로 인해 동성애자가 증가하고 에이즈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충남도가 인권정책으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남도는 지방자치단체로서 인권행정을 펴는 책무를 다하는 것일 뿐 동성애 옹호와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남궁영 충남도 권한대행은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도 행정의 주체로서 주민의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며 "'차별 금지'라는 인권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것일 뿐 동성애 옹호와는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야당이 이번 인권조례 폐지를 통해 '성 소수자는 차별해도 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함으로써 이들의 인권이 위협을 받게 됐다.

도내 노인, 장애인 이주 노동자, 결혼 이주자 등 인권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업무 전반도 마비될 위기에 놓였다.

인권조례가 삭제되면 인권침해 및 차별 사건 상담·조사와 구제 업무(제20조), 인권정책 기본계획 수립(제5조), 인권교육 시행(제7조) 등을 할 수 없게 된다.

인권센터 설치를 포함해 인권센터의 조직·운영·업무에 관한 제반 사항을 담은 제17∼27조까지의 조항이 모두 삭제됨에 따라 인권센터의 운영 근거도 사라진다.



조례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영하는 인권위원회의 역할과 구성, 인권영향평가 등 인권위의 업무까지 포함하고 있어 관련 분야 행정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야당의 주장대로 '성적지향'이란 문구가 문제 된다면 삭제하고 수정안을 발의할 수 있음에도 폐지안을 낸 것은 정치적인 셈법에 따른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법학자들도 인권조례를 없앤다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에 인권 보장의 책무를 부여한 헌법과 관련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병섭 상지대 법학부 교수는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충남 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차별을 금지한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충남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조장한다는 주장은 합리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주장"이라며 "도의원들이 헌법의 본질에 속하는 인권을 부정하고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남도는 충남인권조례 폐지가 대한민국 헌법과 법령에서 규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인권보장 의무 규정(헌법 제10조·지방자치법 제9조)을 위반한다는 점을 들어 이날 도의회를 상대로 대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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