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춘래불사춘] ② 새조개가 사라진다…어민 한숨

입력 2018-04-14 08:00
[농어촌 춘래불사춘] ② 새조개가 사라진다…어민 한숨

어획량 예년 10분의 1, 채취 포기…'가격 폭등' 식당서 귀한 몸

한파·바다환경 변화 등으로 생육 영향받은 듯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예전에 바닥을 쓸면 새조개에 해삼, 낙지며, 주꾸미까지 한가득 올라왔는데 이제는 눈 씻고도 찾기 힘들어요."

13일 오전 전남 여수시 돌산읍 평사 선착장에서 만난 류수평(64)씨는 인근 바다에서 수확한 새조개 상자를 배에서 내리며 이렇게 말했다.



34년째 이곳에서 새조개를 잡아 온 류 씨는 3일 전 새조개를 채취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바다에 나갔다.

여느 해 같으면 12월부터 새조개 수확을 시작했지만, 알이 차지 않아 올해는 날짜가 봄까지 늦어졌다.

성미 급한 일부 어민이 작은 새조개를 채취했지만, 류 씨는 알이 차오르기만을 기다렸다.

류씨가 이날 오전에 수확한 새조개는 55kg들이 플라스틱 바구니로 20개가 전부다.

박스 가득 담긴 새조개는 한눈에 봐도 크기가 작아 보였다.

산란기(7∼10월)를 보내고 한겨울 몸을 한껏 불린 새조개는 어른 주먹만 한 크기까지 자란다.

올해는 발육이 좋지 않아 어린아이 주먹 크기가 대부분이다.

류 씨의 새조개는 눈 깜짝할 사이에 광주에서 내려온 택배 회사 트럭에 실렸다.

이날 새조개를 수확해 하역을 한 배는 류 씨의 배가 유일했다.



선착장에는 작은 어선 10여 척이 묶여 있었고 어민 몇 명만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한때는 50여 척이 바다에 나가 바구니 가득 새조개를 잡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민들의 활기찬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 해 평균 100억원의 소득을 올려주던 '바다의 노다지' 새조개가 자취를 감추면서 어민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크기가 갈수록 작아지는 데다 양식 기법이 개발되지 않아 새조개 어획량이 들쭉날쭉한 것도 어민들이 안아야 할 몫이다.

하역 작업을 지켜보던 류 씨는 "90년대쯤 돌산 건너편에 하수종말처리장이 생기면서 바닷물에 민물 끼가 없어지고 염분이 높아져 새조개에게 영향을 준 것 같다"며 "크기가 작으면 식감이 질기고 짜서 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은오(57) 평사 어촌계장도 "염분이 높아서인지 예전보다 살도 안 차고 크기도 반밖에 안 된다"며 "하루에 보통 바구니로 50∼100개를 수확했는데 요새는 많아야 20개 정도만 나온다"고 말했다.

새조개가 귀해지자 아예 채취를 포기한 어민도 늘고 있다.

어민 김모(60)씨는 "새조개가 잘 들어오면 수입이 짭짤했는데 이젠 옛일이 됐다"며 "갈수록 어획량이 줄어 올해는 새조개 대신 피조개나 다른 어패류를 채취한다"고 말했다.



새조개 어획량이 뚝 떨어지면서 가격은 폭등했다.

계절 음식점 등으로부터 새조개 수요가 가장 많았던 2월에는 55kg들이 한 박스에 120만원까지 올랐다.

달착지근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미식가들을 유혹했던 새조개는 산지인 여수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귀한 몸이 됐다.

여수 새조개 전문점들은 가까운 장흥에서 새조개를 가져다 겨우 주문량을 소화했지만, 최근에 수확이 중단돼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됐다.

돌산읍과 소호동, 종화동, 학동 등 관광객이 주로 찾는 식당가에는 빛이 바랜 '새조개 개시'라는 펼침막이 펄럭였지만, 새조개 요리를 맛볼 수 없다.

새조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6·여)씨는 "손님들이 새조개를 많이 찾아 장흥산도 준비했지만, 크기가 작아 맛도 예전만 못한 것 같다"며 "계절음식으로 장사하는데 새조개 대신 다른 요리를 팔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에서 생산된 새조개는 100t으로 예년 평균 1천t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남해수산연구소 김성태 박사는 "새조개는 주로 수심이 10∼30m인 연안에 살아 수온에 민감한데 지난겨울 한파가 어획량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새조개 어획량 감소에 대한 뚜렷한 연구 결과는 없지만, 1995년을 기점으로 새조개 어획량이 서서히 감소하는 패턴을 보여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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