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송유관공사…경유탱크서 6만8천ℓ유출돼도 몰랐다

입력 2018-04-13 14:44
수정 2018-04-13 19:11
눈 먼 송유관공사…경유탱크서 6만8천ℓ유출돼도 몰랐다



기름 외부유출 방지 방호벽도 먹통…내부감시·신고체계 총체적 부실

유성구 "신고의무 위반 송유관공사 검찰고발, 토지 원상복구 행정명령"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대한송유관공사 대전지사가 관리하는 기름탱크에서 2시간 동안 무려 6만8천ℓ의 기름(경유)이 유출됐지만 송유관공사 측은 전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천까지 흘러나온 기름띠를 마을주민이 제일 먼저 발견해 신고했을 만큼 내부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13일 대한송유관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대전 유성구 구즉동에 있는 송유관공사 대전지사 기름탱크에서 모두 6만8천ℓ의 기름이 외부로 유출됐다.



송유관공사는 이날 오전 6시 20분께 처음 기름탱크 배관에서 기름이 흘러나온 사실을 폐쇄회로(CC)TV를 통해 뒤늦게 확인했다.

마을주민이 오전 8시 20분께 주변 하천에서 기름띠를 확인해 신고한 시간을 고려하면, 2시간여 동안 7만ℓ에 가까운 기름이 탱크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엄청난 양의 기름이 기름탱크 외부로 쏟아져 흥건했지만, 공사 직원들은 몰랐고 감시 시스템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기름탱크에서 기름이 누출되더라도 탱크 주변에 방호공간이 있어 외부로 흘러나가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1.2m 높이의 방호벽마저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방호벽에 설치된 밸브가 고장 나 그 틈으로 기름이 흘러나와 인근 하천으로까지 유입된 것이다.

이른 아침 하천으로 흘러든 기름띠를 발견한 주민이 없었다면 자칫 금강으로 기름이 유입되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송유관공사는 방호벽을 빠져나와 하천에 흘러든 기름 100ℓ를 회수했다고 밝혔지만, 관할 유성구청에서는 훨씬 많은 양의 기름이 하천에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성구는 방호벽 바닥면적과 사라진 기름의 양을 따져보면 최소 1천ℓ가 하천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량의 기름이 외부 하천으로 유입됐지만, 송유관공사는 유성구청에 제때 신고 하지 않았다.

토양환경보존법에 따라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기름이 유출되면 해당 기관은 관할 행정기관에 신고하게 돼 있다.

자체 감시망도 허술했고, 신고 의무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사고 후 대응도 미흡했다.

주민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청 직원들의 진입을 경비원들이 가로막았고, 정보공유도 이뤄지지 않았다.

유성구는 조만간 관계자를 불러 정확한 기름 유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유성구 관계자는 "엄청난 양의 기름이 기름탱크에서 유출됐는데 이를 감지하지 못한 건 내부 감시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정확한 기름 유출 경위조사가 끝나면 송유관공사 대전지사를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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