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에 나선 문 대통령…김기식 거취 '태풍의 눈' 되나

입력 2018-04-13 12:23
수정 2018-04-13 16:38
전면에 나선 문 대통령…김기식 거취 '태풍의 눈' 되나



문 대통령 "위법이거나 도덕성 평균 이하면 사임토록 할 것"

문 대통령 메시지 정치권 평가 제각각…선관위 판단 중대 변수 부상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박경준 이슬기 기자 =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해외출장과 후원금 부정사용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돌파구 모색의 전면에 나섬에 따라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YNAPHOTO path='AKR20180413085200001_01_i.jpg' id='AKR20180413085200001_0201' title='' caption=''/>

청와대 차원에서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해온 데 이어 문 대통령이 13일 김 원장 문제에 대한 입장을 비교적 명료하게 밝히며 김 원장 거취가 말 그대로 정국을 좌지우지할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면 메시지를 통해 "김 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며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춰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인데,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라며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도 덧붙였다.

청와대가 김 원장을 둘러싼 각종 논란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질의서를 보낸 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 나온 메시지다.

또 메시지 발표 직전에는 검찰이 김 원장의 출장비를 지원한 한국거래소, 우리은행,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자신이 소장으로 있던 더미래연구소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에 따라 시간이 필요한 검찰의 수사보다는 청와대의 의뢰로 진행 중인 중앙선관위의 김기식 원장 행위에 대한 적법성 판단 결과와 국회의원 외유성 출장에 대한 실태 평가 결과가 당장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제각기 달랐다.

문 대통령이 인사권자로서 고심 끝에 위법이 있으면 김 원장 거취를 정리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야당의 융단폭격식 정치 공세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선관위 결정과 여론 추이 등에 따라 김 원장이 자진 사퇴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과 함께 아직 밝혀진 위법 행위가 없는 상황에서 중대한 흠결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김 원장이 물러날 이유가 없다는 상반된 분석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대체로 말을 아꼈다.

핵심 관계자는 "일단 선관위나 검찰의 판단을 기다려보는 게 좋겠다는 판단 아니냐"며 "심상치 않은 상황이고 고뇌가 느껴진다"고만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러나 "이제까지 제기된 문제 가운데 위법 사항은 없는 것 아니냐"고 했고, 한 당직자는 "조만간 결심을 밝히겠다는 그대로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당장 문 대통령이 안이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김 원장 사퇴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오늘의 입장 표명은 사실상 김기식을 사임토록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비꼰 뒤 "김기식 사임과는 별도로 국회의원 전원을 사찰하고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국회의원 해외출장 사례를 조사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김기식 구하기에 이성을 상실한 정권의 국회 사찰 선언 및 헌정 유린 획책 시도"라며 "'김기식 물타기'에만 혈안이 돼 사찰독재도 불사하겠다는 태도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도 "갑질의 경중을 논해 형평성을 따진다는 문 대통령, 박근혜의 우병우 감싸기와 무엇이 다르냐"면서 "대통령의 이런 막말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찍소리 못하고 가만히 있을 것이냐"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은 "대통령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 50% 이상 국민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국민의 판단은 이미 내려졌다"면서 "김기식을 빨리 정리하고 국가대사에 전념하는 것이 국민의 판단이고 요구"라며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각각 김기식 원장 사퇴, 임시국회 정상화를 위한 피켓 퍼포먼스에도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 회의에 앞서 '헌법 불합치 4년 국민투표법 즉각 처리!' 문구가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재외국민투표법 처리 구호를 외쳤고, 한국당도 '김기식 철통보호 청와대는 각성하라', '헌정유린 국회사찰 독재정치 부활인가' 등 규탄사를 적은 팻말을 회의석마다 붙여놓았다.

민주평화당도 회의 시작에 앞서 "김기식은 사퇴하라" 구호를 외쳤다.

kyung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