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대리전…미영불 폭격 검토에 독·이탈리아 지원의사
대응 온도차 속 미국 "결정 안됐다" 긴장수위 조절
러시아·시리아는 무력사용 반대…서방동맹 터키도 우려 표명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를 둘러싸고 세계 각국의 대응 기조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을 주도로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겨냥한 보복 공격 태세에 들어갔고 독일과 이탈리아는 후방 지원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시리아와 그 동맹인 러시아는 서방의 공격 태세를 여전히 반대하고 있으며 시리아 인접국 터키는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시했다.
13일 외신들을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반군 지역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즉각적인 응징 예고에서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다른 관련 국가들의 입장도 윤곽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 미국·영국·프랑스 시리아 보복타격 준비태세
지금까지 드러난 서방의 대시리아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3각 공조' 아래 독일과 이탈리아가 후방 지원을 맡는 모양새다.
미국은 숨 고르기에 들어가 공격 개시 시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시리아에 미사일이 날아갈 것이다. 러시아는 준비하라"고 '트윗 경고'를 날린 트럼프 대통령은 그 다음 날엔 "시리아에 대한 공격이 언제 일어날 것이라고 결코 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마도 (시리아 공습이) 곧 일어날 수도 있거나, 전혀 그렇게 일찍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공격 시점'을 밝힌 적이 없다고 굳이 강조한 것은 전날 시리아를 당장 공습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 발언이 국내외에서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이날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시리아에 대한 공격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대시리아 작전을 결정이 이뤄진다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은 꾸준히 전해지고 있다.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시리아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유도 미사일 구축함 한 척을 시리아 해안으로 이동시켰다. 미 해군 구축함 도널드 쿡도 이미 지난 11일 지중해 동부 해상에 배치됐다.
미국의 핵 추진 항모 해리 트루먼 항모전단은 11일 모항인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항을 출항, 지중해 해역으로 향한다고 보도도 나왔다.
미국은 1년 전 시리아군에 의한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하자 지중해 함대로부터 59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시리아 공군기지에 쏟아부은 전력이 있다.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프랑스와 영국도 시리아를 겨냥한 군사적 행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책임이 시리아와 그 후원자인 러시아에 있다고 보고 강경 조치를 검토 중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일각에선 시리아군에 대한 서방의 군사행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매일 같이 시리아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면서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는 시점에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프랑스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미국과 함께 대규모 군사응징에 나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리아 내 화학무기 사용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프랑스는 과거 시리아 공습 때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드골호와 함재기인 라팔 전폭기를 투입했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미국과 프랑스의 군사대응에 대한 영국의 가능한 합류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2일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했다.
메이 총리는 "모든 징후는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화학무기 사용에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영국 언론에서는 메이 총리가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적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국방부는 쿠르즈 미사일이 장착된 해군 잠수함이 시리아를 타격할 범위에 배치됐다는 내용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무력사용 거부하되 후방 지원'
독일과 이탈리아는 시리아를 향한 직접적인 군사행동에는 나서지 않겠지만, 후방 지원 의사를 나타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은 동맹국을 도울 준비가 돼 있지만, 독일군은 군사적인 행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이번 화학무기 사용한 공격은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며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군사적인 행동을 한다면 독일은 비군사적으로 도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지원 방법에 대해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표단이 외교적 수단 이상의 조치를 취하면 우리는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과거 국제동맹군이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펼칠 당시 정찰기와 연료 재급유를 위한 군용기를 보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실은 총리가 메르켈 총리를 포함해 다른 여러 지도자와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는 군사적 공격에서 직접적 역할을 수행하지 않겠지만 "현행 국제적 합의와 상호 협정에 의거, 동맹군에 병참 지원은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시리아·러시아 강력반발…서방동맹인 터키는 우려 표명
시리아와 러시아는 서방의 군사적 행동 예고에 강력히 반발한 상태다.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서방이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일부 서방 국가가 테러조직과 함께 조작극을 꾸미고, 이런 거짓말을 바탕으로 시리아를 공격한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아사드는 서방의 군사적 조치가 "이 일대의 불안정을 가중할 것"이라고도 했다.
시리아 정부는 지난 7일 반군 지역 두마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의심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러시아 크렘린 궁 대변인은 "우리는 신중한 접근법의 옹호자들"이라면서 트럼프의 '트윗 미사일 경고'에 대해 "시리아 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서방 지도자들에게는 "조사자로서, 소추자로서, 집행인으로서 어떠한 권한도 없다"며 그들은 '세계 경찰'로서의 임무를 맡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거짓에 근거한 어떠한 조치는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리아의 동맹 축인 이란과 레바논 무장 정파도 서방의 공습 가능성에 반발하며 시리아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군사력을 믿는 일부 국가가 시리아를 무기 경쟁의 장으로 만들려는 것에 극도로 우려한다"며 시리아의 '화학적 학살'을 종식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시리아 사태를 두고 "급상승하는 통제 불능의 상황을 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비상임 이사국인 볼리비아는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와 관련해 "어떠한 일방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도록 합의하길 바란다"며 12일 비공개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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