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총리일가 부패 의혹 제보한 러시아 여성, 그리스서 석방
그리스 법원, 몰타 정부 송환 요구 기각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10월 암살 당한 몰타의 탐사 전문기자에게 몰타 총리 일가의 부패 의혹을 제보한 것으로 지목된 러시아 출신 전직 은행원이 그리스에서 석방됐다.
그리스 법원은 지난 달 그리스에서 체포된 마리아 에피모바에 대한 몰타 정부의 송환 요구를 12일 기각하고, 그를 풀어줬다.
몰타 검찰은 2016년에 몰타에 등록된 필라투스 은행에서 3개월 간 일했던 에피모바가 은행 돈을 횡령한 혐의가 있다며, 그가 몰타로 송환돼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에피모바는 필라투스 은행이 제기한 횡령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한편,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은행을 맞고소한 상황이다.
에피모바는 작년 10월 차량에 설치된 원격 폭발물이 터지며 목숨을 잃은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가 몰타 총리를 겨냥해 쓴 기사의 제보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갈리치아 기자는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의 부인이 파나마에 비밀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폭로 기사를 작성, 작년 6월 몰타의 조기 총선을 불러온 주인공이다.
갈리치아 기자는 이 기사의 근거가 된 은행 내부 문건의 제보자로 에피모바를 언급했고, 몰타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낀 에피모바는 지난 해 가족과 함께 몰타를 떠나 그리스로 이주했다.
그는 이후 몰타 정부가 자신에 대해 횡령 혐의로 유럽연합(EU)에 체포영장을 신청하자 지난 달 그리스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유럽의회 의원 36명은 에피모바가 그리스 경찰에 구금되자 그를 몰타로 송환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 연루 의혹에도 불구하고 조기 총선에서 여유있게 재선에 성공한 무스카트 총리는 몰타를 뒤흔든 갈리치아 기자의 암살로 거센 사퇴 압박을 받기도 했으나, 여전히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몰타 수사당국은 갈리치아 기자를 살해한 혐의로 몰타인 3명을 기소했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 동기는 밝혀내지 못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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