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타임' 대신 '김선형 타임'…힘 아꼈다가 막판 대폭발

입력 2018-04-12 22:35
'버튼 타임' 대신 '김선형 타임'…힘 아꼈다가 막판 대폭발

4쿼터부터 15점 맹활약…연장전 승리 가져오는 '위닝샷'까지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너무 잘해줘서 몇 개월 쉰 선수라는 걸 제가 잊고 있었어요."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3차전을 앞두고 문경은 서울 SK 감독은 핵심 가드 김선형(30) 걱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김선형은 시즌 초반이던 지난해 10월 경기 도중 발목이 꺾여 오른쪽 발목 외측 인대 파열과 발뒤꿈치뼈 일부 골절 진단을 받고 전력에서 이탈해 넉 달 넘게 쉬고 2월 말부터 다시 경기에 나섰다.

복귀 이후 녹슬지 않은 활약으로 SK가 정규리그 2위를 확보하는 데 공을 세웠지만, 4강과 챔피언결정전을 거치며 체력적 부담을 느끼는 모습을 봤다는 게 문 감독의 설명이었다.

문 감독은 이날 김선형을 선발에서 제외하고 4쿼터에 전념하게 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전날 '사우나 회동'에서 김선형에게 이런 계획을 귀띔하고 준비시켰다.

이날 3쿼터까지 김선형은 15분을 출전하며 득점 없이 어시스트 2개를 기록했다. 지난 두 경기 3쿼터에 폭발한 DB의 디온테 버튼에 꼼짝 못 하며 2연패를 당한 SK는 이날도 3쿼터까진 67-78로 뒤졌다.



하지만 약속된 4쿼터에 김선형은 폭발했다.

4쿼터 종료 6분 39초 전 연속 득점으로 76-82로 격차를 좁혔고, 3분 25초를 남기고는 3점 슛과 2점 슛을 연이어 적중하며 86-84로 경기를 뒤집기까지 했다. 특유의 화려한 속공이 살아나며 팀 분위기를 살렸다.

이를 포함해 4쿼터 11득점 한 그는 결국 4쿼터 안에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이어진 연장전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특히 1차 연장 3초를 남기고 99-99 동점에서 로드 벤슨, 윤호영의 방어를 이겨내고 올린 공이 그대로 림을 가르면서 승리를 직접 가져왔다.

"애런 헤인즈가 없는 가운데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는 김선형뿐이다"라던 문경은 감독의 믿음에 100% 부응하는 맹활약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김선형은 "4쿼터 전까진 경기 조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제 공격보단 선수들의 패턴에 집중하다가 4쿼터에 스피드를 냈다"면서 "제가 좋아하는 속공이 나오면서 리듬을 되찾고 자연스럽게 득점도 나온 것 같다"고 자평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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