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 잘못하면 낭떠러지…위험천만 산복도로 옥상주차장

입력 2018-04-12 14:48
후진 잘못하면 낭떠러지…위험천만 산복도로 옥상주차장

일부 불법 유료 주차장으로 사용…안전사고 운전자 책임

지자체 "안전장치 강요할 규정 없다" 사실상 방치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 원도심 산고개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산복도로에는 옥상주차장이 있다.



산비탈에 빽빽하게 들어선 주택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주택 옥상을 산복도로와 이어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취재진이 직접 산복도로 일대 옥상주차장을 확인해보니 안전을 보장할 만한 곳이 거의 없어 보일 정도로 곳곳에 위험요소가 많았다.

일부 주차장은 주차선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난간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무릎보다 낮은 30㎝가 채 되지 않는 턱만 있는 곳도 다수였다.



좁은 주차장 진입로를 지나 후진을 잘못해 낭떠러지로 떨어지면 차량은 바로 아래 주택가를 덮치게 된다.

일부 주차장은 철제 난간이 있어 언뜻 보기에는 보호 장치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래된 주택만큼 난간은 녹슬고 부식돼 있었고 사람의 힘으로도 부러질 만큼 약해 보였다.

택시를 운전하는 박모(71) 씨는 과거 옥상주차장에서 후진하다 난간을 뚫고 아래층 주택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2005년에도 목욕탕 옥상주차장에서 택시가 10m 아래로 추락해 운전자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지자체들은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듯했지만 몇 달이 지난 현재까지 개선된 것은 없다.

담당 지자체들은 민간 주차장에 안전장치를 강요할 규정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산복도로 일대에는 피란민의 안식처, 경제성장기 이주민의 정착지 역할을 한 달동네의 모습이 지금까지 잘 간직돼 있다.

부산시와 담당 지자체는 도시재생사업인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대를 관광 자원화 하고 있다.

도시 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주차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시와 담당 지자체는 산복도로 옥상주차장을 꼽았다.



산복도로를 관광자원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섰지만 안전은 뒷전인 모양새다.

산복도로 옥상주차장은 주민들만 이용하는 시설이 아니다.

일부 주차장은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월 7∼10만원 월주차를 받고 있다. 버젓이 불법 유료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산복도로를 찾는 관광객들은 주차 공간이 없어 옥상주차장을 사용하기도 한다.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칫 주차하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진영 서구 의원은 "사고 이후 구의회에서 여러 차례 산복도로 옥상주차장 안전 문제에 대해 지적했지만 구는 예산 부족과 민간시설임을 강조하며 안전문제에 뒷전이었다"며 "시민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지자체가 직접 나서 행정과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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