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덤핑"…中 저가 공세에 위협받는 '가전 코리아'

입력 2018-04-15 06:01
"대륙의 덤핑"…中 저가 공세에 위협받는 '가전 코리아'

샤오미 50인치 스마트TV 40만원…'차이슨' 무선청소기 7만원대

삼성·LG전자, 프리미엄 전략으로 차별화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중국 가전업체들이 최근 전세계 시장에서 초저가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축인 이른바 '가전 코리아'를 위협하고 있다.

아직은 성능보다는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지만 품질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글로벌 가전시장 구도를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샤오미는 최근 'Mi 스마트TV 4'를 인도 시장에 출시하면서 가격을 613달러(약 65만원)로 정했다. 동급의 메이저 가전업체 TV 가격이 1천500달러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하인 셈이다.

두께가 샤오미 스마트폰보다도 얇은 4.9㎜로, 4K(3,840x2,160) 초고화질(UHD) 해상도에 HDR(하이다이내믹레인지·밝은 부분은 더 밝게,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명암을 최적화하는 화질 기술)까지 갖췄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같은 성능의 43인치와 32인치도 같이 내놨는데, 가격이 각각 352달러(약 37만원)와 214달러(약 23만원) 수준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샤오미가 저가 TV브랜드와 경쟁하는 데 만족할 것이라고 본다면 어리석은 생각"이라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처럼 저렴한 고성능 제품을 통해 가전 선두업체들을 추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온라인을 통해서만 살 수 있고, 애프터서비스가 어렵다는 점 등 한계는 있지만 기존 메이저 업체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샤오미는 최근 우리나라 시장에도 인공지능(AI)을 탑재한 50인치 스마트TV를 출시했는데 가격이 39만6천원으로, 온라인 할인 혜택을 이용하면 이보다 더 저렴하게도 살 수 있다.

중국 디베아(Dibea)는 최근 이른바 '차이슨'이라고 불리는 스틱형 무선청소기 시리즈를 온라인을 통해 잇따라 출시했다.

신형은 15만원 안팎 수준, 구형은 배송비를 포함해 최저 6만~7만원대에도 살 수 있다. '원조'인 다이슨의 스틱형 무선청소기는 최고 100만원, 삼성전자 '파워건'과 LG전자의 '코드제로 A9'은 각각 60만~120만원대다.

차이슨은 가격이 낮은 만큼 완성도와 디자인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온라인상에서 '가성비'가 좋다는 호평이 이어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밖에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도 인도,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중국산 저가 제품이 잇따라 등장하는 추세다.

중국 샤오미, 화웨이 등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급속도로 끌어올리는 가운데 가전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업체들도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성능 격차가 워낙 크고 유통망이 달라 시장이 겹치지 않는다는 판단이지만 시장 잠식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그동안 '베끼기'에 집중했던 중국 업체들이 최근에는 기술 경쟁력을 갖추면서 프리미엄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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