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물 마른다…스페인·모로코·인도·이라크 위험수위 도달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데이 제로'(Day Zero).
가뭄으로 저수지 물이 고갈되면서 급수를 중단하는 날을 의미한다.
이미 남아프리카공화국 제2 도시 케이프타운은 3년간 이어진 가뭄 탓에 저수량이 바닥난 상태로 도시 전체의 급수가 중단되는 데이 제로를 피하기 위해 물 사용량을 제한하는 등의 조처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 스페인을 비롯해 모로코, 인도, 이라크도 심각한 물 부족 위기를 겪고있다고 미국의 국제환경연구기관 세계자원연구소(WRI)가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런 분석은 전 세계 50만 개 댐을 대상으로 한 위성 조기경보시스템을 토대로 하고 있다.
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수자원 관리 부재, 기후변화 탓이다.
물 부족은 사회 불안은 물론 경제적 타격, 타국 이주 등 부작용을 낳는다.
반면 농업 의존도가 낮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선진국의 경우 물 부족에 따른 사회적 위험이 낮은 편이다.
모로코에서 두 번째로 큰 저수지 알마시라 저수량은 3년째 되풀이된 가뭄 탓에 저수량이 60%나 급감했다.
이로 인해 카사블랑카 등 인접 도시에서는 급수난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저수량이 10년 새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WRI는 말했다.
과거 저수량이 바닥이 났을 때 곡물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무려 70만 명이 급수난에 시달렸다.
인접 마라케시 지역이 올해 말 알마시라로부터 물을 끌어들이기 위한 송수관 작업을 마무리하면 급수난은 더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라크 모술 댐의 경우 저수량이 강우량 부족과 인접 터키 수력발전소 수요 급증으로 1990년대 정점 때보다 무려 60% 줄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는 물 확보를 위한 분쟁 조짐이 일고 있으며 당국은 물 부족 지역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있다.
인도에서는 나르마다 강과 연결된 2개의 저수지 저수량 배분을 놓고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최악의 강우량으로 인디라 사가르 댐의 저수량이 계절 평균치에 비해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댐에서 물을 끌어다 사용하는 주민이 무려 3천만 명에 달해 물 확보 소동이 빚어지고 있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 당국은 지난달 관개를 중단하고 농민들에게 씨를 뿌리지 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스페인의 경우 심각한 가뭄 탓에 부엔디아 댐의 저수량이 지난 5년간 60%나 급감했다.
이로 인해 수력 발전량이 크게 줄었고 결국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WRI는 "케이프타운처럼 위기를 맞이할 지역이 많다"면서 "물 수요 급증과 기후변화로 전 세계의 물 부족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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