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약속'에 개방 확대할 中자동차시장, 어떤 변화있을까
25% 수입차 관세 인하율 촉각…합자브랜드 가격경쟁력 상승가능성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동차 업종의 개방 확대를 약속함에 따라 생산량, 판매량 세계 1위의 중국 자동차시장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10일 보아오포럼 개막연설에서 대외개방 확대 방침을 언급하며 자동차 업종의 외국자본의 지분 규제를 완화하고 자동차 수입 관세를 상당폭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생산량과 판매량이 각각 2천901만5천대, 2천887만9천대로 전년보다 2.9%, 2.8% 증가해 각각 9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이런 엄청난 시장을 노리고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진출해있다.
무엇보다 지분한도 완화에 따라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자동차회사들은 앞으로 단독으로 공장을 설립하고 독자로 경영하는 일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현재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해 자국에 공장을 지으려는 외국 자동차기업에 대해 중국 업체와 합작 투자를 의무화하고 있다. 1994년부터 외국업체의 합작법인 지분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두고 같은 차종으로는 중국에서 2개 이상 합자·합작 법인을 세울 수 없도록 제한을 뒀다.
베이징 현대차 뿐만 아니라 상하이 폭스바겐, 둥펑(東風) 혼다 등이 모두 이 같이 합자로 생겨난 브랜드다.
그랬던 중국에 외국 기업이 단독으로 공장을 지어 자동차를 판매할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상하이에 공장 건립을 추진하다 중국의 합자 요구로 난항을 겪고 있던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에도 독자 공장 건립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중국이 지분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기존 합자회사의 경우 외국기업이 지분을 추가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이고 현지 생산과 영업 특성상 무리하게 지분을 늘릴 필요성도 크지 않은 편이다.
이미 글로벌 메이커 대부분이 오래전부터 중국에 들어와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분구조 완화에 따른 실질적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룬다.
아울러 외국 자동차업체가 수혜를 입는 것만도 아니다. 수입차 관세 인하는 중국의 자동차 소비구조에 영향을 미쳐 베이징현대나 둥펑웨다기아 같은 합자 브랜드의 차량 판매에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중국의 현재 자동차 수입 관세는 25%로 미국·일본 2.5%, 한국 4%, 유럽연합(EU) 10% 등에 비해 크게 높은 편이다.
관세가 '상당폭' 인하된 수입차들은 베이징현대차 같은 합자 브랜드 차량과 지리(吉利) 등 중국 자국 브랜드 차량에 대한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수입차의 본격적인 가세로 중국 자동차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기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쉬하이둥(徐海東)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비서장 조리는 "수입차의 관세인하로 가격이 낮아지게 되면 먼저 합자차 브랜드에 가격 인하 압박이 생기고 이어 토종차 브랜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연설 직후 홍콩 증시에서 현대차와 합작 중인 베이징자동차 주가가 7.23% 떨어지고 BMW와 합작 중인 화천(華晨)자동차, 혼다와 합작 중인 광저우자동차 주가가 각각 4.92%, 3.45% 하락한 점이 이를 반증한다.
아울러 중국 토종 자동차기업들의 수익률이 저하돼 성장에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수입차가 중국 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여지는 많지 않은 편이다.
중국의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0.9% 늘어난 90만7천대로 시장 점유율이 3.1%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 중국의 자동차 시장을 소득계층별로 보면 고소득층의 대다수는 이미 고가의 수입 브랜드 차량을 보유한 상태이고 이어 소득 수준에 따라 합자차, 토종차 위주로 차량을 소비한다.
수입관세 인하 수준이 중저가 소비층의 가격 수요를 만족시킨다면 수입차 판매가 늘어날 수도 있지만 고가의 수입차 가격이 다소 내리더라도 중국 중산층의 신규 유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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