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에 들어선 '플라스틱 숲'…"자연과 인공의 어우러짐"

입력 2018-04-12 06:00
수정 2018-04-12 07:24
성북동에 들어선 '플라스틱 숲'…"자연과 인공의 어우러짐"

설치미술가 최정화, 성북구와 함께 인공 숲 조성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서울 성북구 성북동 일대에 숲이 들어섰다.

낮게는 3m, 높게는 9m에 달하는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빼곡히, 높이 솟았다.

올록볼록한 형태와 형광 연두색으로 시선을 붙잡는 이 숲의 정체는 설치미술가 최정화가 쌓아올린 플라스틱 소쿠리들이다.

'숲'은 쌍다리지구 거리갤러리 조성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간송미술관과 최순우옛집, 수연산방, 심우장 등이 있는 쌍다리지구는 근대 문화의 정취가 주민의 일상과 어우러진 곳이다. 성북구는 올해 초 건축가 조성룡과 협력해 이곳에 야외 문화예술공간이자 주민 공동체인 거리갤러리를 열었다.

10여 년간 쌍다리지구 근처에 살면서 동네의 변화를 지켜보았던 최정화가 개관전을 맡게 됐다.

전시 개막을 맞아 11일 전화로 만난 작가는 "땅과 하늘과 사람을 잇는 숲"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자연과 인공의 어우러짐을 고민한 결과입니다. 사실 플라스틱도 제조 원료를 보면 자연에서 온 것이거든요. 지구와 태양이 함께 만든 것이에요. 인공 숲을 조성해서 인간과 자연 사이에 어떤 균형을 찾고 싶었어요."



누가 봐도 숲부터 떠올리게 되는 플라스틱 소쿠리 탑군은 인공과 자연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문다. 집이나 식당에서 야채나 생선을 씻고 말릴 때 쓰는 평범한 소쿠리들은 예술이 우리의 일상과 유리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최정화는 플라스틱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작가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알케미'는 플라스틱 그릇과 소쿠리 등을 활용해 만들었다.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통해 선보인 '욕망장성' 또한 옥상에 플라스틱 바구니 수백 개를 장벽처럼 쌓은 작품이다. 올해 9월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8'로 선보일 '민들레 민(民)들(土)레(來)'도 낡은 식기들을 수집해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최정화의 '숲' 프로젝트는 1년여 뒤 '자연의 숲'이 조성되면서 종료된다. 작가는 조경 전문가와 함께 어떠한 '자연의 숲'을 만들어낼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폐플라스틱 수거 문제를 놓고 논란이 큰 상황에서 최정화의 플라스틱 작업은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작가는 "지혜로움이 있어야 한다. 플라스틱도 잘 쓰면 훌륭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최정화는 "플라스틱 소쿠리들은 이제 울울창창 숲이 됐다"라면서 "제 작품은 꼭 겪어야 느낄 수 있으니 많이들 보러오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숲'의 독특한 정경이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도 인기를 끌겠다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소셜 디자인"이라며 즐거워했다.

"예술은 작가 나만의 것도 아니고, 미술관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물건과 대상이 예술과 예술가가 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이 숲을 바라보면서 대화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문의 ☎ 02-6925-5011.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