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낙서 손해 입은 호주 꽃집 주인의 훈훈한 대처법
"꼭 잡을 것"에서 "삶이 지루한가? 일자리 주겠다"로 맘 바꿔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자신의 업무 차량이 낙서 공격을 받은 호주의 꽃집 주인이 예상치 못한 대처법을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남들처럼 분노를 표시했으나 곧 가해자를 용서하고 오히려 그에게 기회를 주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기 때문이다.
11일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호주 언론에 따르면 시드니 북쪽의 뉴캐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제시카 엑퍼드 아길레라는 지난 9일 오전 자신의 일터에 도착하고 나서 깜짝 놀랐다.
업무에 쓰이는 흰색 밴 차량의 뒤쪽은 큼지막한 낙서로 덮여 있었고, 우편함도 표적이 돼 있었다. 이런 일이 처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화를 참을 수 없었던 아길레라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가해자를 향해 거친 말을 퍼붓고 "너는 꼭 잡힐 것"이라고 써놓았다.
하지만 수 시간 후 마음을 진정하고는 곰곰이 생각한 뒤 이번 일을 긍정적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돌아섰다.
아길레라는 페이스북에 "당신이 지루하고 달리 할 일도 없다면 우리 가게에서 일자리를 주고 싶다"라고 썼다.
이어 그 일자리에 관해 "당신에게 책임감을 가르칠 수 있는 일자리, 다른 사람의 물건을 존중해야만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일자리, 당신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자리"라고 덧붙였다.
아길레라는 가해자를 돕는 쪽으로 대처하고 싶었다며 다른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가해자를 찾는 데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나는 사람들을 믿으며, 우리는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가해자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는 6개월 동안 2천500 호주달러(약 210만 원) 상당의 꽃을 제공하겠다며 가해자를 꼭 찾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용서와 너그러운 마음을 보인 그의 글이 널리 퍼지면서 6명이 가해자로 30대 남성 한 명을 지목했다. 이 가해 남성은 자신의 낙서에 꼬리표를 붙인다는 것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낙서를 지워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아길레라는 페이스북에 의심을 받는 남성에게 보내는 글을 남겼으며 다시 한 번 자신의 말이 진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범죄피해자 지원단체 책임자인 케리 톰슨은 경범죄에 대한 아길레라의 대응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며 "이런 해결법은 쉽게 보이지만 가해자에게는 심오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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