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 노조와해 마스터플랜' 확인 착수…노조간부 조사
서비스노조 지회장 등 참고인 3명…본사 개입·피해 정황 파악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방현덕 기자 =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노조 관계자들을 잇달아 불러 피해 정황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성훈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지회장과 노조 간부 2명을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이들이 겪은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조사했다.
나 지회장은 이날 오후 검찰에 출석하면서 "검찰이 삼성그룹 노조 파괴 문건과 관련해 성역없는 수사 의지를 밝힌 것을 환영한다"며 "문건 6천건 하나하나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 피해 사실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2013년 제기됐으나 2015년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의혹과 관련해 최근 추가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해왔다.
지난 2월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삼성전자 서초·수원 사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직원이 가지고 달아나려던 외장 하드 4개에서 노조 대응 지침 문건인 '마스터플랜'을 포함해 부당노동행위 의혹과 관련한 6천여건의 문건이 발견된 것이다.
문건 상당수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설립된 2013년 7월을 전후해 최근까지 이어진 서비스노조 관련 대응 문건으로 전해졌다. 이 노조는 삼성전자의 사후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사 직원들로 이뤄졌다.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 의혹 문건을 공개하면서 관련 수사가 이뤄졌지만, 검찰은 일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삼성전자서비스와 관련된 일부 사건은 미해결 사건으로 남겨뒀다.
검찰은 이날 앞서 확보한 마스터플랜 문건 등을 토대로 노조와해 계획이 실제로 실행됐는지를 나 지회장 등을 통해 확인했다. 마스터플랜 문건에는 노조원을 상대로 표적감사를 벌이거나 단체교섭을 지연하는 등 노조 설립 방해 및 와해 전략이 사안별,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임원급 지휘 아래 총괄 태스크포스(TF)를 두고, 그 아래 실행조직인 교섭대응·상황대응·언론대응팀을 둬 노조와해 계획을 수립·이행한 정황이 드러난 문건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모회사인 삼성전자도 별도의 팀을 두고 이를 지원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파악됐다.
2014년 5월 조합원 염호석씨가 노조 활동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자 해당 지역 센터장이 가족을 만나 노동조합장(葬)이 아닌 가족장을 치르도록 회유했다는 정황이 담긴 문서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시 경찰이 염씨의 주검을 서울의료원에서 빼내 가는 데 경찰력을 대거 투입한 배경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6일 수원의 삼성전자서비스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9일에는 고소인인 금속노조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노조 측 조사를 마치는 대로 조만간 삼성전자서비스를 포함한 그룹 임직원들 소환 조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부당노동 행위가 있었는지, 노조와해 기도 등이 있었다면 회사 및 그룹 상층부까지 보고된 사인인지를 확인할 전망이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