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에서 피고인으로…안희정의 길었던 38일
3월 5일 김지은씨 폭로 후 두 차례 구속 모면…검찰, 불구속 기소 결정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력 혐의로 법정에 선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오정희 부장검사)는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과 강제추행,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안 전 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안 전 지사는 유력 차기 대선 주자에서 성폭력 피고소인·피의자로 전락했다. 검찰의 구속영장을 두 차례 피했으나 재판에 넘겨짐에 따라 법정에서 피고인으로 불린다.
안 전 지사의 추락은 38일 전인 3월 5일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의 폭로로 시작됐다.
김씨는 이날 JTBC에 출연해 "지난해 6월부터 8개월에 걸쳐 외국 출장지와 서울 등에서 총 4차례 성폭행과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안 전 지사는 이튿날 도지사직을 내려놨다. 같은 날 김씨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 등의 조력을 받아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을 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성범죄 직접 수사를 결정하고 속도를 올렸다. 고소장 접수 다음 날인 지난달 7일부터 사흘에 걸쳐 범죄지로 지목된 마포구 한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했다.
잠적하던 안 전 지사는 9일 예고 없이 서부지검 출입문 앞에 섰다. 이날 그는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며 "저로 인해 상처받으셨을 국민 여러분께,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라고 말하고는 9시간 30분가량 조사받았다.
검찰은 13일 충남도청의 도지사 집무실, 도지사 관사, 비서실은 물론 안 전 지사 개인 자택도 압수수색해 폭넓은 수사를 이어갔다.
검찰은 참고인 조사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 등을 바탕으로 안 전 지사 혐의를 가다듬은 다음 지난달 19일 그를 소환해 조사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20시간 20분에 걸쳐 조사받았다.
자진 출석 당시 초췌한 모습으로 패딩 점퍼를 입고 나타났던 그는 소환 조사 때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나와 분명한 어조로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법적으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안 전 지사는 두 차례 구속 위기를 모면했다.
검찰이 지난달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안 전 지사는 구속 갈림길에 섰다.
그는 첫 심문예정기일이던 26일 당일 돌연 "국민 실망에 참회하겠다"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기일을 재지정해 당사자 출석을 요구했고, 결국 28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이달 2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첫 실질심사 이후 일주일 만인 지난 4일 두 번째 심사에서도 법원은 "혐의를 다퉈볼 여지가 있다"며 다시 영장을 기각했다.
안 전 지사는 두 번째 심사를 마치고 "법정과 검찰에서만 말하겠다"며 "언론인 여러분께 말씀 못 드리는 점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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