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 독립노선 측근 총통부 비서장에 임명

입력 2018-04-11 14:54
차이잉원 대만 총통, 독립노선 측근 총통부 비서장에 임명

대만 민주화운동 이끈 천쥐 가오슝시장 발탁…中 반발할듯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여성 측근을 비서실장으로 전진 배치했다.

차이 총통의 이런 선택은 독립 노선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11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그간 공석이었던 총통부 비서장에 천쥐(陳菊·67) 가오슝(高雄) 시장을 임명했다. 천 비서장 임기는 차이 총통이 아프리카 스와질란드 순방을 마치는 이달 23일부터 시작된다.

파마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천 비서장 내정자는 차이 총통의 최측근이자 민진당의 핵심인물로 꼽히며, 차이 총통은 임명 사실을 밝힌 자리에서 천 내정자와 어깨동무를 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천 내정자는 1979년 국민당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던 민주화 잡지 '메이리다오'(美麗島)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다 정치범으로 기소돼 6년2개월 수감생활을 한 뒤 민진당이 창당한 1986년 출소해 정치 활동을 해왔다.

2006년 가오슝시장에 당선된 후 3선에 성공하면서 12년째 가오슝 시장 자리를 지켜왔다. 차이 총통과 마찬가지로 강한 대만 독립 성향을 갖고 있으며 미혼이라는 점도 같다. 천 내정자는 "전사는 전쟁터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는 말로 차이 총통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이 총통은 중국 당국의 강한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대만 독립 노선을 강화해왔으며, 천쥐 비서장 발탁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차이 총통은 전날 대만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대만을 다른 나라의 '카드'로 보고 있는데 대만은 '카드'가 아니라 '카드 플레이어'"라며 "인구 2천300만명의 대만을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이어 대만의 경제와 국방도 상당한 힘이 있다면서 "잠재적인 적을 막기위해 국방력을 강화함으로써 주권을 수호하겠다"고 덧붙였다.

차이 총통은 그러나 10일 대만 북동부 이란(宜蘭)현 해상에서 실시되는 연례 해·공군 훈련을 시찰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현지에서는 차이 총통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군사훈련 참관 계획을 취소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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