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한 딸 살해·유기한 '무정한 엄마'…징역 1년

입력 2018-04-11 14:10
출산한 딸 살해·유기한 '무정한 엄마'…징역 1년

울산지법 "죄질 나쁘지만 평생 겪을 고통 고려"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출산한 아기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30대 여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결혼해 자녀들을 키우던 A(37·여)씨는 지난해 4월 우연히 알게 된 남성을 만나다 임신을 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채무 문제가 있던 남편은 가출했고, 생활고에 자녀들은 A씨의 어머니가 맡아 보호하게 됐다.

혼자 지내던 A씨는 올해 1월 중순 자신의 집에서 딸을 출산했다.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던 A씨는 아이를 남겨둔 채 그대로 집을 나갔다. 그대로 방치하면 아이가 숨질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5일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상황은 A씨의 예상과는 달랐다. 아이는 살아있었다.

A씨는 결국 아이를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 아이의 시신은 쇼핑백 등으로 싼 뒤, 집에서 2㎞가량 떨어진 헌옷수거함 앞에 버렸다.

아이의 시신은 며칠 뒤 폐기물 수거업체 직원에게 발견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에 나섰지만, 아이가 유기된 곳 주변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었다.

경찰은 시신이 담긴 쇼핑백에서 단서를 찾기로 했다. 상점에서 나눠주는 흔한 쇼핑백이 아니라, 편의점 등지에서 판매하는 제품이었다.

경찰은 해당 쇼핑백을 판매하는 일대 편의점을 탐문, 약 2주 만에 A씨를 검거했다.

아이의 사인은 아사(굶어 죽음)가 아닌 질식사로 확인됐다. 아무 돌봄을 받지 못하면서도 5일간 생존했던 것이다.

울산지법 형사7단독 박성호 부장판사는 영아살해와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실상 유일하고 절대적인 보호자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은 아무 저항도 할 수 없는 영아를 살해하고, 그 시신을 유기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이미 수차례 임신과 출산 경험이 있는 피고인은 생명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범행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는 점, 곤궁한 상황에서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해 극도로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에서 범행한 점, 누구보다 피고인 스스로 큰 고통을 겪을 것으로 짐작되고 평생 그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갈 것으로 보이는 점, 어린 자녀들이 남겨져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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