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년] ② "잊지 않을게"…리본·노래·기부로 추모 릴레이
4주기, 일상으로 돌아간 시민들 사이에 추모 온기 여전
참사 당시 중고생·부모들이 적극 참여…"세월호 남 일 아냐"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김예나 기자 = "잊지 않을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고 보름가량 지난 5월 초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 매단 노란 리본에 한 시민이 적었던 글귀다.
세월호는 작년 4월 9일 마침내 뭍으로 올라왔고, 선장과 승무원은 물론 당시 정권의 최고 책임자들까지 대부분 법의 심판을 받았다.
4년 전 함께 분노하고 울었던 시민들은 이제는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갔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거세게 정부를 비판했던 시민단체들도 올해는 유족이 주최하는 추모행사에 차분히 동참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기부를 하고, 추모 노래를 만들고, 몸에 문신을 새기며 '세월호를 잊지 말자'고 말하고 행동하는 시민들이 많다.
◇ '시민 의식' 상징된 노란 리본…펀딩·모금 참여도 계속
노란 리본은 세월호 추모를 넘어서 '시민 의식'의 상징이 됐다.
가방이나 휴대전화에 달린 노란 리본은 학교, 회사, 대중교통 등 어디에 가도 볼 수 있게 됐다.
리본을 다는 이들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는 동시에, 온 국민이 함께 사회 정의를 요구하며 시민 의식을 발전시켰던 촛불의 기억을 간직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난 주말 광화문 세월호광장을 찾았다는 김모(42)씨는 "300명 가까운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에 먹먹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나도 자식을 둔 부모로서 잊지 않으려고 리본을 늘 달고 다닌다. 이번에도 한 움큼 챙겨왔다"고 말했다.
텀블벅 등 온라인 펀딩(모금) 사이트에서는 팔찌, 에코백 등 세월호 관련 굿즈(goods·물품) 나눔이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추모의 온기를 지키고 있다.
친구들과 나누려고 노란색 기억 팔찌 펀딩에 4개를 주문했다는 이모(33)씨는 "우리 세대에서 세월호는 공통의 아픔이자 상처"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작게나마 보태고 싶었다"며 웃었다.
시민들 한 명 한 명의 작은 참여는 다수의 연대로 이어져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프로젝트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는 총 1천300여명의 시민이 십시일반 모금한 덕분에 지난 3월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김환태 총괄프로듀서 겸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위원장은 "펀딩 마감 6일 전에 달성률이 33%여서 걱정이 많았는데, 시민들이 앞다퉈 SNS에 공유하고 참여해주셔서 무사히 목표액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 4주기에도 계속되는 추모곡 발표…몸에 리본 문신 새기기도
'오묘'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가수 전형준(26)씨는 최근 세월호 참사 추모곡 '어디에 있었니'를 발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어디에 있었니 / 그만 돌아가자 / 널 잃어버린 그 날 / 그대로 멈춰있는 집으로 / (중략) / 두 번 다시 떨어지지 말자 / 절대 절대 내 사랑'
전씨는 "참사 당시 뉴스를 보면서 크게 충격을 받았었는데, 1년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어느새 세월호를 잊고 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면서 "유족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에 노래로라도 위로를 드리고 싶어서 아이와 재회하는 가사를 썼다"고 말했다.
전씨처럼 세월호에 대한 마음을 예술작품으로 새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몸에 문신으로 세월호 리본을 새겨서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다.
SNS 인스타그램에는 작은 배나 노란 리본, 고래 모양의 문신을 한 사진과 함께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Remember 0416' 등의 해시태그를 단 '인증샷'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타투 숍을 운영하는 A씨는 "세월호 4주기를 앞두고 이번 주에만 2∼3명이 리본 모양 타투를 했다. 문의도 계속 오고 있다"고 했다.
◇ 단원고 희생자 또래 학생·어린 자녀 둔 부모들이 추모 이어가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일상 속의 나눔과 실천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이뤄지지만, 그중에서도 10∼20대 학생들과 그 또래 자녀를 둔 40∼50대 이상 부모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세월호 참사 당시 중고생이었던 현재 고등학생·대학생들과, 단원고 희생자 또래 자녀를 둔 부모들이 "세월호 참사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며 추모·기억 활동에 앞장서는 것이다.
참사 당시 미성년자였던 탓에 그저 뉴스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대학생이 된 후 적극적인 추모 활동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모임 '기억이음'은 내년 5주기 이전에 광화문광장에 '대학생 세월호 참사 기억비'를 세우기 위해 건립 기금을 모으면서 조형물을 디자인하고 있다.
기억이음 김유진(27) 팀장은 "우리 '세월호 세대'에게는 세월호 참사가 '사회가 잘못됐다'고 인식하는 첫 계기였다"면서 "희생된 또래 학생들 몫까지 잘 살고 싶다며 동참하는 대학생이 벌써 30명가량 모였다"고 말했다.
부모의 참여는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쳐 세대를 연결한다.
세월호 참사 이듬해부터 매주 수요일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운영하고 있는 '서촌 노란리본 공작소'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방문해 노란 리본을 만들고 세월호를 비롯한 사회 문제를 얘기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안산에서 열리는 영결·추도식에 6살 아이를 데려갈 예정이라는 김모(34)씨는 "세월호 참사 때 걷지도 못했던 아이가 벌써 이렇게 컸지만, 그 사이에 진실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는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함께 안산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
hyo@yna.co.kr,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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