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모녀 차량 매각 뒤 돌연 출국 여동생 끝내 출석 거부

입력 2018-04-12 10:19
증평 모녀 차량 매각 뒤 돌연 출국 여동생 끝내 출석 거부

차량 처분 경위 조사 '난항'…통화기록 분석 주력

"친척들 시신 인수 거부"…무연고 시신 처리될 듯



(증평=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충북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숨진 A(41·여)씨의 SUV를 처분한 뒤 돌연 출국한 여동생 B(36)씨가 끝내 경찰 출석을 거부했다.

여동생이 중고차 매매상에 차를 판 시기는 지난 1월 2일로 A씨 모녀가 숨진 것으로 경찰이 추정하는 시점과 거의 맞물려 있다.

여동생은 차를 팔 때 A씨의 휴대전화를 사용했고, 매각 다음 날 출국해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경찰은 여동생이 차량 매각대금을 챙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런 이유로 여동생을 A씨 모녀 사망 원인과 차량 매각 경위를 풀 수 있는 핵심 인물로 지목하고 자진 출석을 요구해왔다.

12일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카카오톡을 통해 '11일 귀국해 자진 출석하겠다'고 알려왔던 B씨가 끝내 입국하지 않았다.

경찰은 최근 법무부 출입국에 B씨가 입국할 경우 통보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B씨가 입국하지 않음에 따라 경찰의 A씨 모녀 사망 원인이나 차량 매각 경위 조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B씨가 입국할 때를 대비해 체포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B씨는 지난 1월 2일 A씨의 SUV를 1천350만원에 중고차 매매상 C씨에게 판 뒤 이 차에 설정된 저당권을 풀지 않고 다음 날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

C씨는 차량에 대한 압류가 해제되지 않자 지난 1월 12일 A씨와 B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경찰은 동생 B씨가 A씨의 부탁을 받고 대신 차량을 매각했을 가능성, 언니가 숨지기 전 B씨가 임의로 팔았을 가능성, 언니가 숨진 뒤에 차를 매각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해왔다.

경찰은 A씨 모녀의 사망 원인과 시기, 차량 매각 경위를 밝혀줄 것으로 예상했던 B씨가 입국하지 않음에 따라 이르면 이날부터 A씨의 통화내용을 분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A씨의 유서 필적 감정 결과도 이르면 이번 주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통화 내용과 필적 감정 결과에서도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 등이 나오지 않으면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한다는 계획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9일 1차 부검을 통해 A씨의 사인을 '경부 자창과 독극물 중독'이라며 자살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 자신의 아파트에서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관리비 등을 계속 연체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관리사무소의 신고로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

A씨 모녀 시신은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친척들이 시신 인계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A씨 자매들과 연락도 닿지 않고 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에 대해 매장하거나 화장해 봉안하도록 규정돼 있다.

증평군은 경찰로부터 이런 통보가 오면 모녀의 시신을 화장해 군 추모의 집에 봉안할 예정이다.

y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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