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여야 지도자 화해로 살얼음판 정국에 훈풍

입력 2018-04-10 19:21
케냐, 여야 지도자 화해로 살얼음판 정국에 훈풍

대통령-야권대표 간 협상 내용에 관심 쏠려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지난해 대선 이후 혼란에 빠진 케냐 정국이 두 정치 지도자의 악수 한 번으로 진정돼 그 내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냐는 지난해 8월 대선을 치르고서 전통적인 라이벌 정치가문의 두 후계자인 우후루 케냐타(56) 현 대통령과 라일라 오딩가(73) 야권대표가 서로 비방을 이어가는 등 정국이 살얼음판을 걸었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달 초 몇 달간의 반목과 대립을 끝내고서 예고 없이 만나 악수를 하며 화해를 다짐해 온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배신이 난무하고 정적들이 하룻밤 새 동지로 변하는 '왕좌의 게임'에 익숙한 케냐인들이지만 두 지도자 간 갑자기 이루어진 지난달 9일의 악수는 케냐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임이 분명하다고 AFP가 10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영국 버밍엄대의 닉 치즈먼 교수는 "이번 화해는 오딩가의 정치적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케냐타도 분명 반기는 분위기"라고 해석했다.

케냐에서는 지난해 8월 대선을 치르고서 대법원이 케냐타가 승리한 결과를 뒤집고 재선거를 명령해 그해 10월 오딩가가 보이콧한 재선에서 케냐타의 승리가 최종 확정됐다.

인권 단체들은 두 번의 대선 기간에 90여 명의 시위자가 주로 진압 경찰의 폭력에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이어 오딩가가 올 초 '국민 대통령'으로 불리며 별도의 취임식을 거행하자 케냐 정국은 더욱 악화했으나 이번 악수 한 번으로 순식간에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두 지도자 간 갑작스러운 화해에 오는 2022년 대선에 이미 눈을 돌린 정치권은 적잖은 충격에 휩싸였다.

당내 의논 없이 이루어진 오딩가의 독단적인 행보에 그가 대표로 있는 야권연합 국민슈퍼동맹(NASA) 지도부도 큰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오딩가와 케냐타 사이에 이루어진 협상 내용이 아직 밝혀지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즉, 야권이 요구하는 선거 과정과 시민사회 개혁, 사법체계에 대한 공격 중단 등 어떠한 것도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여론조사기관인 이프소스(Ipsos)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톰 울프는 "근사한 포장지로 둘러싸인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지만,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라며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또 "오딩가는 케냐타와 집권여당에 대해 품고 있던 모든 적대감을 버리고 악수를 청함으로써 지지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지도 모를 위험을 안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오딩가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협상을 진행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치즈먼은 "오딩가가 국민을 외면한 채 자신에게만 이득이 되는 선택을 했다면 그의 정치적 업적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2017년 대선이 오딩가에게 마지막 기회로 비쳤지만 그 어떤 옵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치즈먼은 "차기 대선 때 오딩가의 이름이 연립정부 대선 후보 명단에 오르더라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케냐 야권이 현재 큰 불안정 상태에 빠져있다며 "그들은 오딩가가 아이디어가 없으며 기력도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오딩가 없이 치르는 선거는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오딩가는 지역사회와 정치가 불가분의 관계인 케냐에서 종족을 뛰어넘어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힘을 가진 유일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치즈먼은 그러면서 "오딩가 없는 야권은 결국 각자 그들이 속한 종족으로 돌아가 작은 정치그룹으로 재편되고 지역주의로 흘러 국민이 공감하는 조직체로 거듭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오는 2022년 대선에서는 케냐타와 연합한 윌리엄 루토 현 부통령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치즈먼은 지난 2013년과 2017년 대선에서 칼렌진 부족 출신의 루토가 긴장관계인 키쿠유 부족 출신인 케냐타를 지지했다며 차기 대선에서는 키쿠유 부족이 루토를 지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치즈먼은 "케냐타는 루토를 배신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케냐타는 루토에게 표를 던지도록 그의 지지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루토는 아마 야권 후보로 나설지도 모른다. 집권여당이 케냐타의 뒤를 이을 좋은 협상안을 루토에게 제시하지 못하면 루토는 야당 후보로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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